행복 빚고 희망 찌고 ‘고소한 노년’
행복 빚고 희망 찌고 ‘고소한 노년’
  • 정민지
  • 승인 2013.11.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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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시니어클럽 행복떡방 어르신들의 ‘인생 레시피’
창업 3년 ‘동네떡방’ 자리잡아
3인 1조 오전·오후반 나눠 운영
37만원 월급 “적다면 적지만”
“갈 데가 있고 일 하는게 좋아”
서구행복떡방
지난 15일 대구 서구의 행복떡방의 (왼쪽부터)정상기, 배옥란, 최옥자씨가 새벽 떡만들기 작업을 마치고 함께 포즈를 취했다. 정민지기자
지난 15일 오전 7시 떡 찌는 증기로 희뿌연 서구 행복떡방은 고소한 냄새로 가득찼다.

이른 아침부터 정상기(70), 배옥란(여·66), 최순자(여·57)씨는 쌀을 빻고 찌는 과정을 반복했다. 레시피에 맞춰 찰떡, 모듬설기 등 각종 떡이 하나둘 완성돼갔고 포장을 맡은 배옥란씨와 최순자씨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서구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행복떡방의 하루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주문량이 많으면 오전 3시에 출근할 때도 있다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일자리치고는 꽤 노동강도가 센 편이었다. 준비과정부터 포장까지 3명이 쉬는 시간도 없이 바삐 움직였다.

행복떡방은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구시의 일부 지원으로 2010년 6월 문을 열었다. 당시 노인들의 단순 노동을 벗어난 창업형 일자리로 주목받으면서 시작,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행복떡방의 수익은 새로운 창업형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떡방은 3인 1조로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운영된다. 매일 오전에 출근해 떡만드는 과정 전반을 함께 하며 관리를 겸하는 최순자씨는 젊은 축에 속한다. “그램단위의 레시피에 약한 어르신들을 돕고 있다”는 최씨는 “2010년 떡방이 문을 열 때 떡기술자에게 비법을 전수받아 어르신들과 같이 연구해 다양한 떡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개발에 관심이 많고 조리사 경험이 풍부한 배옥란씨는 “아침일찍 일어나 육체를 사용함으로써 정신건강을 선물로 얻었다”며 “적은 돈이지만 아파트 관리비를 낼 정도는 벌 수 있고 몸만 따라준다면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행복떡방의 유일한 청일점인 정상기씨는 뿌연 김을 내는 찜기에서 찐 쌀을 기계에 넣으며 가래떡 만들 준비가 한창이었다. 2년 넘게 떡 만드는 일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일하는 게 좋다”고 간단히 답하는 정씨. 젊은 시절 건축업을 했던 정씨는 무거운 떡판을 번쩍 들어올릴 만큼 체력상의 문제는 없어 보였다. 노년에 떡을 만들고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는 정씨는 “가래떡을 담당하긴 하지만 사실 가래떡을 안먹는다”며 웃었다.

묵묵히 가래떡을 뽑던 그는 “그렇지만 먹어본 사람들은 우리떡방 가래떡을 다 좋아한다”며 자랑했다.

떡방을 창업한 지 3년, 공공기관, 복지재단 등에서 떡주문이 늘고 최근에는 평리 4동의 동네떡방으로 자리잡으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한편 노인일자리사업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서구시니어클럽은 행복떡방뿐 아니라 카페, 노인작업장, 문서파쇄, 스팀세차, 택배업 등 활동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니어클럽 조원현 실장은 “60~70대 노인들이 체력적, 경험적으로 노동의지가 왕성한 일꾼”이라며 “떡방일은 비교적 젊은 어르신들이 하시지만 만족도가 높아 초창기멤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떡방은 37만원의 월급이 지급된다.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아침부터 땀흘리며 일하는 노인들은 “갈 데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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