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무소속 고집…“주민 위한 생활정치 펴겠다”
20년째 무소속 고집…“주민 위한 생활정치 펴겠다”
  • 김종렬
  • 승인 2014.06.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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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철 대구 수성구의원
/news/photo/first/201406/img_133508_1.jpg"와이드인터뷰-석철의원/news/photo/first/201406/img_133508_1.jpg"
석철 수성구 구의원 당선자는 “20여년을 무소속을 고집한 이유도 진정한 ‘갑’인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생활정치’ 실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수기자 love4evermn@idaegu.co.kr
지방자치 20년. 과연 풀뿌리민주주의는 튼실하게 뿌리내리고 있는가. 우리의 삶은 안전하고 진정으로 행복한가. 이제 성년에 접어든 지방자치가 그간의 성장통을 이겨내고 본래의 가치를 이뤄가고는 있는가. 지난 6·4 지방선거는 이 같은 물음에 답해주는 상징적 날이었다.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고들 한다.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 특정정당의 독점적 권력구조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선거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자치’, ‘생활정치’, ‘풀뿌리 민주주의 부활’ 등을 들고 나온 무소속, 야권 후보들이 대거 기초의회에 진출, 지방자치의 ‘구조적 문제’를 하나 둘 개선해 나가리란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발전, 지역공동체의 부활을 위해서는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지방정부 사이에 끼여 있는 기초의원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열풍의 중심에 섰던 석철(52) 대구 수성구의원(지산1·2동) 당선자를 지난 10일 만나 ‘생활정치’에 대한 그의 열정을 들어봤다.

1995년부터 도전 /news/photo/first/201406/img_133508_1.jpg'6전2승/news/photo/first/201406/img_133508_1.jpg'
4대 地選서 6표차 승...역대 최소 표차
삼덕요금소 무료화 최초 발의 등 성과
/news/photo/first/201406/img_133508_1.jpg"주장했던 사업 제대로 마무리할 것/news/photo/first/201406/img_133508_1.jpg"


◇6전2승…무소속만 6번째 출마

석철 당선자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14년 학생을 가르쳤다.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육컨설팅 전문가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다. ‘생활정치’의 실현을 위해 같은 선거구(수성구 아선거구)만 여섯 번 무소속으로 출마한 화제의 인물이다.

1995년 2대 지방선거부터 올해 7대 지방선거까지 6번 출마했다. 2대와 1998년 3대에 연거푸 낙선한 뒤 2002년 4대 지방선거(1인 선거구)에 당선됐다. 또 2인 선거구로 전환된 2006년 5대와 2010년 6대에서 떨어진 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재기했다. 석 당선자는 4대 지방선거 당시 4천20표를 획득해 4천14표를 얻은 상대후보를 6표차로 눌렀다. 역대 선거사상 대구지역 최소 표차를 기록하기도 했다.

석 당선자는 “정말 한 표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겸손해야겠다.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뒤 “무소속으로 6번째 출마가 단순이 ‘6번째’라고 하면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선거가 4년마다 실시되므로 어언 20여년을 한 길만 걸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4대 지방선거에서 수성구의회에 입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범안로 삼덕요금소 무료화 최초 발의, 아파트(공동주택) 지원조례 최초 발의, 음식점 위생검사에 대한 결과를 우편엽서로 통보하는 ‘위생검사 우편엽서 통보제’ 실시 등의 의정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는 지산동 주민들을 위해 삼덕요금소 무료화 실현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석 당선자는 “범안로 삼덕요금소 무료화에 대해 4대 때 첫 출발을 했는데 10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서 “2003년 최초로 삼덕요금소 무료화를 제가 주장했던 일이라 제대로 마무리 짓겠다”고 다짐했다.

삼덕요금소 무료화 건은 1992년 지산범물 택지개발 당시 지산범물 입주예정자들이 범물~달구벌대로까지의 구간(현 삼덕요금소 구간과 동일)에 대한 도로개설비로 234억원을 목적 기부했다. 결국 지산동 주민은 도로개설비로 234억원을 내고도 유료통행을 하게 돼 이중부담의 억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석 당선인은 “목적 기부는 어떤 용도로 바꿀 수 없는데 대구시가 필요에 의해 전용했다면 돌려놓아야 하는 것”이라며 “주민을 ‘갑’으로 생각한다면 지산동 주민에게 허용(프리패스권 발급) 하던가, 각 세대가 부담한 170만원(234억원을 분양 세대수로 나눈 평균금액)에 대해 20년간의 법정이자를 더해 환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ews/photo/first/201406/img_133508_1.jpg"주민이 진정한 갑/news/photo/first/201406/img_133508_1.jpg"
주민 배려하는 日의회 보고 출마 결심
환경.안전분야 등 14개 자격증 보유
의회 경험 매뉴얼화 초선의원 도울것


◇생활정치, 세금의 가치를 아는 일꾼이 되자

석 당선자는 구의원 6번 도전에 대해 “기초의회 출마를 ‘정치’로 본 것이 아니고 ‘생활’로 본 것”이라며 “풀뿌리민주주의를 ‘생활정치’로 봐야 하는데 ‘정당정치’로 보는 것은 잘못된 구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기초의회는 ‘정치’의 개념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것. 석 당선자의 생활정치 도전은 직장생활 중 연구를 위해 일본에 가면서 시작됐다. 그는 일본에서 5년간 공부하면서 기초의회 운영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하루는 저녁을 먹고 숙소 주변을 산책하다가 미술관처럼 생긴 아름다운 건물의 내부에 들어가니 조그마한 회의실에서 중년의 사람들이 우동과 도시락을 먹은 뒤 엄숙한 분위기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일본인 파트너에게 물으니 지방의회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사람들이 직장을 마치고 오는 시간이 회의시간이란 것이다. 이유가 회의를 저녁에 하면 읍청(구청)을 찾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않는다는 것이었다. 석거 벽보도 흑백으로 만든다고 했다. 선거비용을 마을이 부담하기 때문에 출마자들이 서로 협의해 조금이라도 재정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했다.”

석 당선자는 한국에 돌아와 일본에서의 배움을 실천하려고 다짐했다. 그는 “세상에 봉사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구나 생각했다”면서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당시 자연스럽게 지방의회에 출마를 꿈 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지방의회도 일본처럼 직업을 가진 전문가를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대거 지방의회에 진출하게 되면 공무원들이 긴장하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석 당선자는 “구청의 담당 과장의 경우 행정경험이 20년 이상이다. 이들과 대화할 수 있으려면 전문일꾼이 필요하다”면서 “전문일꾼이 무장하고 공무원을 대하면 공무원들이 긴장한다. 공무원들이 긴장하면 업무도 긴장 속에 이뤄지고, 무능과 무사안일도 줄어든다. 또한 구청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도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세금가치에 대해 유권자와 의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석 당선자는 “수성구의회의 경우 20명의 의원에게 1인당 연간 1억2천500만원이 든다. 의원 한명을 위해 4년이면 5억원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일반 회사라면 10~20억원의 가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주민의 한 표가 5억의 가치를 가져야 되는데 대구의 경우 이러한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쭉 1번만 찍었다. 세금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일할 수 있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이 진정한 ‘갑’

올해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는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약속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였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위헌 논란과 책임정치 실종 등을 이유로 상향식 공천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약속을 파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을 약속했다 ‘실리’와 ‘명분’을 놓고 정당공천으로 돌아섰다. 정당공천제 폐지의 가장 큰 이유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여야는 유불리만 따진 것이다.

석 당선자는 “기초의원 선거는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 지역일꾼은 주민이 선택하는 것이지 정당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소속 후보의 난립도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중앙정치, 국회의원에 예속되지 않고 주민의 뜻에 맞는 의정활동을 펼 수 있는 반면 정당공천으로 뽑힌 의원은 견제와 감시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제가 4대 수성구의원으로 재직할 때 의회에서 회의를 하다가 의원들이 하나 둘 사라져 정회 후 개의가 되지 않은 적이 있다. 그 이유가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이었다. 의원들이 본연의 책무를 외면한 채 국회의원 선거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당공천제가 실시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그는 또 당 소속의 구청장과 구의원은 당비도 달라 구의원이 같은 당 소속의 구청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도 한계가 따른다고 애기한다.

“2005년 아파트(공동주택) 지원조례 발의는 아파트 거주주민과 일반주택 거주주민에 대한 잘못된 구청의 지원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구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당시 구청장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의원들이 구청장의 의지를 꺾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 조례는 5대 때 수성구의회를 통과됐다. 주민들을 위한 것이란 게 증명된 것이다.”

석 당선자는 “무소속은 소신있게 구청장의 업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20여년을 무소속을 고집한 이유도 진정한 ‘갑(甲)’인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의회 폐지와 관련해서는 학계의 의견에 동의했다. 도(道)의 경우는 광역의회를 폐지하고 구·군의회의 활성화로, 시(市)의 경우는 구·군의회를 폐지하고 광역의회 활성화로 가는 것이 의회기능 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지적 호기심이 의정활동에 도움…‘매뉴얼화’ 로 초선 도울 것

석 당선자는 6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이번 지방선거가 가장 큰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고 했다. 박대통령에 대한 노년층의 애잔함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지만 ‘새누리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등식이 줄어들고 있고, 특히 지식인층이 있는 수성구와 달서구에서 변화의 조심이 두드러졌다는 것.

석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수성구와 달서구의 경우 황금분할이 이뤄졌다. 발전적 경쟁관계가 처음으로 이뤄질 것 같다. 수성구의회의 경우 무소속 3명이 박사급이고, 탐구의욕도 높아 좋은 조례도 나올 것 같다”면서 “주민들이 바라는 변화는 수성구와 달서구에서 일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당공천제가 의원의 전문성과 의회기능의 약화를 낳는다고 내다봤다. 석 당선자는 “특히 기초의회 정당공천 시 처음 출마하면 ‘가’, 두 번째 출마는 ‘나’를 받는다. 이는 초선 양성을 낳고 있다. 물갈이란 측면에서 이해되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정당의 욕심이 의회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수성구의회 20명의 의원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초선이다. 대구시의회는 30명의 의원 중 18명이 초선이다. 60% 가까이 물갈이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석 당선자는 “이전 의회활동부터 배운 것을 사례별로 매뉴얼화 해 초선의원들에게 도움될 수 있는 가이드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급격한 노령화가 되고 있는 지산동에 젊은층이 이사 올 수 있는 정주여건을 만드는 것에 핵심을 두고 학부모 교육이 이뤄지는 공동체를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석 당선자는 “자녀교육이 궁금증을 해결하고 학부모 ‘사랑방(상담센터)’을 구체화시켜, 지역사회 발전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의원을 할수 있는 범위까지 끝까지 하겠다는 석 당선자는 환경·녹색·안전·정보·통신분야 14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의정활동에 바로 직결돼 도움이 되더라”면서 “늘 대안을 제시하며 후대에 욕먹지 않는 주민을 위한 생활정치를 실현하는데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렬기자 daemu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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