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세종시와 정치인의 신뢰성
<팔공시론>세종시와 정치인의 신뢰성
  • 승인 2010.02.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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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국 정치학박사

많은 논란 중에도 지난달 27일 정부는 노무현 정권 때 국회를 통과했던 9부2처2청의 중앙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세종시 수정안을 위한 `연기ㆍ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다.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데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에는 세종시 문제만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의 약속을 뒤집고 정치적 손실을 무릅쓰면서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행정중심도시 세종시를 기업중심의 자족도시 세종시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래의 권력이라 불리어지는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주장하면서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거대한 양대 기관차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위험천만한 상항에 처해있다.

세종시 문제를 두고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정치적 명분이냐 와 미래의 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의 국민에 대한 정치인의 신뢰성이냐가 부딪혀 싸우는 양상이다. 심각한 국론분열에 직면해 있다.

사실 이제까지 국민들은 선거에서 대통령후보와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약(公約)이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믿지 못하는 집단으로 낙인찍어왔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있다. 그래서 국가적 대사인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시도는 한편으로는 믿음이 가기도 한다.

MB가 주장하는 행정의 분할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위정자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킴으로서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이익 중 어느 것이 장차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가는 지금은 가늠할 수 없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른 후 역사가 그 답을 줄 것 같다.

문제는 당장 이러한 심각한 국론분열 상항을 타개할 처방이 쉽게 나오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정상적인 정부ㆍ여당 관계에서는 정부가 정부안을 만들면 충분한 당정협의를 거처 여당은 당론으로 이를 뒷받침해서 법안의 국회통과 전략을 짜 나간다.

그러나 지금은 여당 내 친이 세력과 친박 세력 간의 신경전으로 대화와 타협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토론조차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어느 정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정당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 기형적인 정당의 원인은 또 하나의 권력인 강력한 미래권력이 한 정당 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는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비주류세력의 대표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은 약 50-60명 되는데 이들의 지지 없이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 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만약에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원안이 굳어진다면 현 대통령인 MB가 정치적 상처를 입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래의 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도 상처를 입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이끌어야 할 두 리더가 상처를 입고서는 대한민국이 세계의 최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MB의 국가백년대계의 명분과 박근혜의 정치인의 신뢰에 대한 신념이 어느 한쪽 기우려짐이 없다. 고언 컨데 MB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국민의 판단과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박근혜 전 대표는 그래도 미래의 통치자 입장에서 MB의 심중을 헤아려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번 세종시 문제로 위정자들이 확실히 인식해야 할 것은 국가적 대사에 해당하는 공약은 함부로 국민에게 약속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한번 국민에게 공약한 것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어느 것보다 시급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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