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무한 경쟁의 마케팅 전략
<대구논단>무한 경쟁의 마케팅 전략
  • 승인 2010.02.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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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지금은 냉장고와 같은 상품에 유명 미술가의 회화 작품을 입히고 병원 이름을 비롯한 상호에도 그 연유를 달아 마케팅에 나서는 시대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모차르트 효과가 거론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모차르트 효과는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라우셔(F. Rauscher) 교수팀이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를 들은 대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이어서 두 달 이상 날마다 12시간 동안 30마리 쥐에게 같은 곡을 들려주었더니, 음악을 들은 쥐들이 음악을 듣지 않은 쥐들보다 미로(迷路)를 27% 더 빨리 달렸다고 발표하여 모차르트 음악이 지능을 높여 준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러한 발표 직후 모차르트 음반이 불티나게 팔렸음은 물론이다.

모차르트 효과의 찬성하는 쪽에서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처럼 계산적이거나 격하지 않고,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투명해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 비교할 때 뇌에서 창조력과 관련된 부위를 더욱 강력하게 자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찬성하지 않는 쪽에서는 모차르트 효과가 단순한 정서적 각성에 지나지 않고, 다만 대부분의 음악이 사람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까닭에 이를 머리가 좋아지는 것으로 착각할 뿐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1999년 미국 애팔래치안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고전음악을 들은 뒤 기분이 좋아졌다는 일반적인 느낌 외에 지능이 좋아졌다는 증거는 없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후에도 여러 실험 결과 모차르트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재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차르트 효과가 계속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최근 독일 연방교육부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차르트 효과를 집대성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이 창의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켜준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다른 음악가를 제쳐놓고 하필이면 모차르트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가설이 있는데 우선 모차르트는 출생 전부터 자궁 안에서 매일 아버지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네 살 때 이미 연주를 시작하고 여섯 살에 첫 작품을 작곡한 신동이 되었다는데 주목한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160㎝에 불과한 키 때문에 돈을 낭비했으며 사랑과 결혼에 실패하고 서른다섯 살에 요절하는데 이러한 남다른 일생이 또한 자극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성장 배경 이야기 역시 마케팅의 요긴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모차르트 음악은 순수함과 단순함에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바흐처럼 계산적으로 작곡하지 않았으며 베토벤처럼 격한 감정의 물결을 일으키지 않는다. 교회 성가처럼 장엄하지도 않고 록 음악처럼 몸을 흔들게 하지도 않는다. 그는 불행한 삶을 살면서도 우아하고 투명하고 사랑스러운 멜로디를 작곡했는데 이러한 천재의 창조적인 삶이 우리의 영혼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모차르트 작품을 쇼팽 등 작곡가 55명의 수 백여 작품과 비교한 결과 뇌에서 창조력과 연관된 부위를 가장 강력하게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모차르트 음악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모차르트 효과를 정서적 각성(覺醒)일 따름이라고 일축한다. 음악이 사람의 기분을 고양시키므로 신명이 나서 능력이 향상된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모차르트 효과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는데 이 논의 자체가 또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숲이 깊어야 범(虎)이 깃든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마케팅에 활용할 만한 다양한 문화 예술 자원을 어떻게 가꾸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미래사회는 감성을 파는 사회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 예술 자원을 더욱 발전시키고 가공하여 세계화하여야 한다. 그 첩경은 우리가 보다 더 문화 예술을 향유하여 거기에 자부심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육이 이 임무를 중추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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