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반항아’, 베일에 가려졌던 작가 이야기
‘호밀밭의 반항아’, 베일에 가려졌던 작가 이야기
  • 배수경
  • 승인 2018.10.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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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저자 샐린저
명작 뒤에 가려진 소설같은 삶
실제 경험 담긴 소설 집필 과정 그려
베일에 가려졌던 작가 이야기 ‘눈길’
호밀밭의반항아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컷.

20세기 최고의 미국소설로 손꼽히는 한권의 장편소설을 낸 후 9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은둔 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간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1919-2010)다.

‘호밀밭의 반항아’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샐린저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는 그가 정신병원에서 손을 떨면서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그의 대표작 ‘호밀밭의 파수꾼’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관련기사 참고)

대학에서 쫓겨나고 방황하던 샐린저(니콜라스 홀트)는 당대 최고의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이자 사교계의 스타인 우나(조이 도이치)에게 반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오로지 출판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차 있는 그에게 지도교수인 위드 베넷(케빈 스페이시)은 거절에 익숙해지는 법부터 알려준다. 그리고 단편만 써오던 그에게 소설 속 캐릭터 ‘홀든 콜필드’가 장편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며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평생을 글 쓰는 데에 바칠 수 있겠나?”라는 베넷교수의 질문에 대한 샐린저의 답은 영화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나온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는 전쟁터에서도, 정신병원에서도 펜을 손에 놓지 않는다.

그의 첫사랑 우나는 샐린저가 참전 중일 때 36살 연상의 찰리 채플린과 결혼을 해서 그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전쟁의 트라우마로 상처입은 그는 처음에는 종이를 찢어버리기 위해서, 그리고 후에는 가슴 속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우여곡절 끝에 출판된 그의 첫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기성세대에 반기를 드는 전후의 시대상과 맞물려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주인공 콜필드는 샐린저와 많이 닮아있다.

작품이 큰 인기를 얻자 소설 속 주인공처럼 빨간색 사냥모자를 쓴 추종자들이 그를 쫓아다니게 되고 결국 그는 은둔생활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의 책에서는 ‘정말로 감동하는 책은 다 읽은 뒤 그걸 쓴 작가와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라고 말했던 그가 독자와 가까와 지는 대신 은둔 생활을 택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영화 초반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평생을 글 쓰는데 바칠 수 있겠나?”라는 베넷 교수의 질문에 대해 그는 출판을 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으로 답한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 쓰는 것’ 대신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로 바꾸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평생 그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엘리아 카잔 감독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영화화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홀든이 싫어할까봐 두렵다”라며 거절했던 샐린저가 자신이 주인공인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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