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노출된 주차관리원, 유일한 쉼터는 주차장 의자 뿐
추위에 노출된 주차관리원, 유일한 쉼터는 주차장 의자 뿐
  • 석지윤
  • 승인 2019.01.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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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 있지만 응대하느라
제대로 못 쉬고 일하기도…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 얻어”
동대구역인근주차장주차관리원
7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인근 유료 주차장에서 주차관리원 김정성씨가 시민들에게 주차요금 안내를 하고 있다.
석지윤기자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는 것이 예사인 겨울, 맹추위 속 야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다. 찬바람을 맞으며 일하는 이들을 만나 업무 중 겪는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16일 오전 만난 대구 동구청 소속 청원경찰 이기찬(53·대구 수성구 신매동) 씨는 안내봉을 든 채 구청을 방문한 민원인들의 주차를 돕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 1991년부터 28년째 동구청 청사를 지켜오고 있다. 그를 포함한 동구청 내 청원경찰들의 주 업무 내용은 동구청사 방호, 청사를 찾은 민원인들의 주차 안내, 청사 내 치안유지 등이다.

이씨는 추워진 날씨 탓에 방한복과 방한용품을 두껍게 착용했다. 그는 “방한복을 입어도 추위를 다 이겨내지는 못한다”며 “하지만 민원인들이 격려의 말을 건낼 때면 마음이 따뜻해져 한동안 추위를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구청에는 민원인들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돼있다. 하지만 늘어난 민원인을 구청 주차장이 전부 수용하지 못하면 입구부터 길게 줄이 늘어지기도 한다. 주차장이 가득 차면 그는 구청 입구 앞 도로로 나가 형광색 깃발로 만차임을 알린다. 이를 본 민원인들은 차를 돌려 다른 주차장으로 향한다.

청원경찰을 힘들게 하는 것은 추운 날씨 뿐만이 아니었다. 이씨는 “민원인들이 주차요금 관련 항의를 하거나 술에 취한 채 구청을 찾아 소란을 피울 때가 가장 난감하다”며 “일일이 대꾸하다간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으니 가급적 자신을 낮춰 대응하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동대구역 인근 유료 주차장에선 주차관리원 김정성(67·대구 북구 산격동)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오가며 도로 양옆에 설치된 주차 공간에 차량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확인하기 바빴다.

김씨는 차량 방문이 적을 때면 주차공간 한켠에 놓인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의자 위가 유일한 사무실인 셈이다. 그는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맹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김씨는 “그래도 겨울에는 껴입을 수라도 있지 여름에는 방도가 없다”며 “아직은 건강해서 조금 껴입으면 추위에 지지 않는다”고 웃음지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그는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다. 김씨는 “1시간의 점심시간 겸 휴식시간이 존재하지만 알아서 눈치껏 식사를 해결해야한다”며 “주차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으면 오후 2시까지 밥을 먹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고 했다.

김씨는 주차하는 손님들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보람을 느낀다. 김씨는 “간혹 일부 차주들은 주차비를 안내고 도망가거나 (주차비를)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자주 찾는 단골 분들은 여름엔 시원한 음료, 겨울이면 따뜻한 커피 등을 건네는데 그럴 때마다 뿌듯하고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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