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짝 쌓인 갓 내리는 눈살
온 마당 신선한 아침 숨결
숨 쉬는 눈
깨끗한 침목의 눈 위를
무심코 밟으려다가
무의식적으로 물러선 오른발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눈의 호흡에 맞추어서 내디디다
새로운 첫 걸음
슬금슬금 두 발짝, 세 발짝
열 발짝 나아가 되돌아본 나의 발자국
나만의 발자국
반짝거리는 새하얀 눈은
나의 발자국을 확실히 받아줬다
아 생명의 소중함이여
살아 있다는 생명의 증거요
생명의 소중한 청렴함이요
지나온 길은 새하얀 눈 아래
새로운 길 밑에
눈이 쌓일 때마다 얻은 새로운 생명의 감각
앞으로의 길 앞으로의 길
새로운 길
*번역 가와하라다 노리코
◇데라구치 히사꼬= 1947년 일본 오오사카출생. 창작21작가회 동화부문 신인상등단(12),시, 작사, 하이쿠, 단가 활동,아송문학회원, 단가느릅나무elm회원.
<해설> 밤사이 내린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은 설렘 그 것이다. 거기 무슨 나이를 논할 것인가 하얀 설원 위에 자신만의 길을 낸다는 것의 의미를 시인은 “살아 있다는 생명의 증거”라 했다. “새로운 생명의 감각”이라 했다. “앞으로의 길”이라 했다. 시인은 그렇게 살아있음에 일어나는 현상을 사랑하고 있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