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몰래 피어
향내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야 알려진 꽃이여
작고 둥근 감꽃
눈처럼 청아하고
손에 뜨면 넘쳐 떨어져
대굴대굴 바람에 굴러가는 감꽃
천진한 아이처럼
대굴대굴 바람에 굴러가는 사랑포
작고 둥근 감꽃
땅에 떨어져야 알려진 꽃이여
향을 내지도 못하여
감열매가 물들을 때
남몰래 피고 진 감꽃
나의 마음 틈 세 뛰논다
천진한 아이처럼
대굴대굴 대굴대굴
*번역 가와하라다 노리코
◇데라구치 히사꼬=1947년 일본 오오사카출생. 창작21작가회 동화부문 신인상등단(12),시, 작사, 하이쿠, 단가 활동,아송문학회원, 단가느릅나무elm회원.
<해설> 시골이면 어디든 감나무가 주황색 감을 달고 있는 목가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어린 날 감꽃 목걸이며 아침저녁 떨어진 감 주워 익혀먹던 기억 새록새록 난다.
요즘은 감나무도 약을 치지 않으며 감또개로 다 떨어지고 만다. 까치밥도 남기지 않고 빈가지만 흔들고 섰는 쓸쓸한 풍경을 접하게 된다. 홀로 피어 향기도 없는 감꽃 떨어져야 비로소 제 소임을 다한다는 화자 회상의 절규가 애틋하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