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부모님 그리울 때
고향이 그리울 때
나는 언제나 매달릴 데 없는
무정한 바람에 날리는 들판 허수아비
부모님 안 계신 옛 고향은
빛깔 잃은 풍경화
주인 잃어버린 안개 속 빈집
바람은 언제나 과거로부터 지금으로
그리고 미래로 불고 불면서
모든 빛 날아 가버리는 거죠
이렇게 세월은 어린 시절의 나의 영혼을
그 자리에 내버려둔 채
흘러 또 흘러가는 거죠
돌아가신 부모님 그리울 때
옛 고향이 그리울 때
나는 언제나 바람에 날리는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오직 서 있을 뿐
◇데라구치 히사꼬= 1947년 일본 오오사카출생. 창작21작가회 동화부문 신인상등단(12),시, 작사, 하이쿠, 단가 활동,아송문학회원, 단가느릅나무elm회원.
<해설> 누구에게나 고향은 그리운 곳이다. 고향을 말하지 않고 더는 무엇을 말하랴. 아쉽고 그립고 때론 슬픈 고통이 즐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안의 비명이요 회상의 끈일 뿐이다.
그리고 아픔이 많았기에 더 그리워지는 것 또한 고향이다. 빛깔 잃은 풍경화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저 허수아비가 들판에 서 있는 것처럼….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