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소박한 삶을 찾아
[문화칼럼] 소박한 삶을 찾아
  • 승인 2019.10.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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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미니멀리즘’이란 예술, 문화에 있어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사조다. 사물의 본질에 충실한 표현을 했을 때 이전과는 다른 현상,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완벽함이란,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는 말처럼 이것은 회화와 조각 등 시각예술, 음악·건축 그리고 패션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철학과 종교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흐름은 날로 복잡해지는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을 만들어 냈다.

소크라테스는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찾는 것(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방식에 자족하는 사람, 꼭 필요치 않은 물건과 일 등을 줄여 본인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 이런 삶을 통해 오히려 더 풍요로운 인생을 만나는 사람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른다.

최근 영·미권에서부터 풍요와 넘쳐나는 물질로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는 자각에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일본역시 지진, 장기불황 등의 이유로 소박한 삶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야마시다 히데코의 ‘새로운 정리술-단샤리’라는 책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유행했다고 한다. 우리도 소확행, YOLO, 워라벨 등이 중요한 가치가 되는 지금의 사회 분위기로 인해 이런 생활방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라는 영화를 보았다. 독일에서 상당한 인기를 끈,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영화다. 두 주인공 ‘폴’과 ‘토니’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둘은 IT회사도 같이 운영한다. 사는 집도 아래윗집이다. 다만 라이프스타일은 달라 폴은 소비에 탐닉, 토니는 자기관리에 병적일 정도로 집착한다. 어느 날 빅딜 성사 후 가진 축하 파티에서 만취해 버린 둘은 황당한 내기를 한다. 내기는 이렇다. 각자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린 후, 하루에 한 가지씩 물건을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텨야 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튿날 아침, 술에서 깬 둘은 완전히 빈집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들의 모습에서 간밤의 무모했던 상황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는 터. 그로부터 시작된 해프닝을 통하여 우리에게 소유에 대한 자각을 준다.

이 영화의 오프닝에 인상적 멘트가 나온다. 평균적으로 우리의 증조부모 세대는 57가지, 조부모 세대는 200가지, 부모 세대는 600가지 그리고 현대의 우리는 약 10,000가지의 물건으로 생활 한다고 한다. 과히 우리는 물건을 이고 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나 역시 수많은 물건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때때로 구석구석에 쌓인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금은 나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그 물건도 비싼 비용을 치렀고, 아까운 시간까지 투자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미니멀라이프를 동경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것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가끔씩 시간을 내서 물건들을 정리해보지만 살 때의 생각, 언젠가는 ---하는 생각에 쉬 포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큰마음을 내서 그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한결 정리되고 더 충만해지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버린다는 것은 새로운 가닥을 잡는 일과 같다. 끊임없는 정리정돈 속에 새로운 창의력과 의욕이 솟아날 수 있는 것 같다.

큰집을 버리고, 책도 거의 다 정리하고, 세간도 가장 단출한 것으로 장만해서 소박하고 간결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가끔씩 볼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활기차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스님은 훌륭한 구도자면서 행정가로서도 대단히 뛰어나다. 그분은 언제나 의욕적으로 수행에 정진하며 또한 맡은 중책을 잘 감당하고 있다. 스스로 늘 주변정리, 간결한 생활을 추구하고 실천하며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게도 그러한 자세를 주문한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언제나 무한 긍정의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는 단순히 외형적 모습에 대한 것만이 아닐 것이다. 검박한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사고방식 등 모든 것에서 거품을 빼고, 선명하고 본질에 충실한 자세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소박한 삶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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