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WOS와 청출어람
[문화칼럼] WOS와 청출어람
  • 승인 2019.11.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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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해마다 가을이면 클래식 음악 팬 특히 오케스트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이 설렌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의 진객 WOS(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가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시작 됐다. 2019시리즈는 그 어느 해보다 더 화려한 라인업이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거장 ‘발레리 게르기에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등 세계최정상의 교향악단을 비롯하여 장한나의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외 정상급의 많은 교향악단의 연주가 준비되어 있다. 심포니, 챔버 그리고 특별, 스쿨&대학 오케스트라 이렇게 4개의 색션으로 마련된 성찬이 다채롭다. 지난 10월 11일 챔버 오케스트라인 ‘NYCP(뉴욕클래시컬 플레이어스)’의 연주로 2019 WOS의 막이 올랐다.

특히 스위스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와 협연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의 지휘자로 참여하는 장한나의 동반 출연이 눈길을 끈다. 미샤 마이스키는 평소 자신의 유일한 제자가 장한나라고 말해왔다. 열한 살의 나이에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장한나. 그는 이를 인연으로 로스트로포비치에게서 가르침을 받기도 했지만 마이스키와의 인연이 더 깊은 것 같다. 스승은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최정상의 첼리스트로, 제자는 신동소리를 듣던 첼로 연주자에서 이제는 지휘자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달 말 열린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의 연주는 공연 전부터 화제였다. 미샤 마이스키의 협연도 그러했지만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 하며 기대를 가졌다. 마이스키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절정의 기량으로 이날 슈만 첼로협주곡과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연주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슈만 특유의 서정, 낭만이 돋보이는 첼로 협주곡의 아름다운 선율은 가을밤과 너무 잘 어울렸다. 특히 유대교 성가를 텍스트로 한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는 유대계 연주자들이 연주할 때면 언제나 더 큰 감동이 인다.

이어진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단정하고 깔끔하며 군더더기 없는, 그러면서도 아주 정석적인 템포를 시종일관 유지하여 유럽의 명문악단다운 멋진 연주를 보여줬다. 2관 편성의 50명이 채 안 되는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는 가장 베토벤다운 연주를 들려줬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젊은 지휘자들의 음악처럼 현란하지 않고 품격을 머금은 채 자신들의 컬러를 잘 구사했다. 수많은 정상의 지휘자들과 함께해온 최고(最古)의 악단다운 최고(最高)의 연주였다. 특히 상임 지휘자 ‘토마스 체트마이어’의 솔직 담백한 지휘는 참으로 인상 깊었다. 젊은 지휘자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휘자 장한나의 일취월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첼리스트 장한나를 무대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없음에 아쉬워한다. 테크닉만 좋은 연주자가 아니라 영적인 힘을 가진 그의 음악에 사람들은 깊은 감명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10대 시절을 정상의 연주자로 질주하던 그는 스무 살 무렵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다. 마치 러시아 피아노의 전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가 전성기에 9년이나 연주 활동을 중단하고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내면을 다지기 위한 공부에 전념한 것과 흡사하다. 이런 행보에 우리는 더 깊은 신뢰를 장한나에게 보냈다.

그로부터 두어 해 지난 시점, 지휘 공부로 방향을 튼 그는 이후 유망한 젊은 음악가를 발굴하는 프로젝트 ‘앱솔루트 클래식 페스티벌’의 지휘자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마에스트로의 가능성을 강하게 심어 주었다. 이어서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영국 BBC 프롬스 무대에서 격찬을 받으며 유수의 교향악단과 함께 커리어를 쌓아갔다. 로스트로포비치와 미샤 마이스키로부터 받은 음악적 자양분을 이제는 오케스트라 지휘의 영역에서 꽃을 피우는 장한나. 다른 무대 이기는 하지만 2019 WOS에서 펼쳐질 스승과 제자의 음악세계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이 첼로와 지휘로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나날이 성장하는 지휘자 장한나를 통해서 청출어람의 진면목을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이다.

또한 임동민의 대구 독주회(11월 21일 수성아트피아)에 앞서 임동혁이 장한나의 지휘로 협연을 한다. 형제간의 음악 대결(?). 스승에 이은 제자의 또 다른 음악세계가 열리는 모레(11월 16일) 상임 지휘자 장한나가 이끄는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의 사운드가 특별히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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