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작지만 큰 울림
[문화칼럼] 작지만 큰 울림
  • 승인 2019.11.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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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한국음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아주 명쾌히 답 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전통음악이 이 땅에 뿌리 내린지 천년이 훌쩍 지났고 또한 서양음악이 우리 곁에 자리한지 한 세기가 벌써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의 색깔이 분명한, 그리고 시대와 공간을 아울러서 존재감이 뚜렷한 대한민국 표 음악. 이것에 대해서는 아직 정리가 덜 되었다는 생각이다.

지금 한국에서 음악이라 하면 당연히 서양음악을 생각하고 우리음악은 국악이라 부르고 있다. 매우 이상한 현실이다. 과거 역사적,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음악교육도 자연스럽게 서양음악으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국악은 오히려 어려운,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핵심은 ‘전통은 전통답게’ 지키고 다듬고 그리고 그것을 나눌 수 있어야 더 본질적인 힘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이것에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에 천착하는 시간을 통하여 국악뿐만 아니라 한국음악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수성아트피아에서의 국악축제(2019.11.20~22 : 음악감독 배병민)는 이러한 가치를 찾아보자는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의 전통을 흩트리지 않고 원형에 가장 가까운 소리와 몸짓을 찾아 나서는 소중한 힘과 마음을 모아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한걸음 더 진일보한 가락과 춤사위를 찾아나가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는 마음으로 준비한 축제다.

작년 첫 국악축제는 사흘 내내 산조를 풀어내었다. 가야금·거문고, 해금·아쟁 그리고 대금과 피리. 이렇게 여섯 악기를 통해 남은 산조의 세계를 묵직하게 내보였다. 올해 두 번째 축제는 ‘악·가·무’라는 타이틀로 정악, 판소리, 무용을 조명하였다. 작년 첫 국악축제가 산조의 원래 뜻처럼 흩어져 있던 여섯 악기의 그것을 한 자리에 모아서 선보인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면 올해는 악기와 소리 그리고 몸짓으로 풀어서 국악의 매력을 제시하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작년 산조를 선보인 첫 축제를 통하여 대구의 대표적 고수들과 신진들의 용맹한(?) 무대가 아름다웠다면 올해는 사흘 동안 펼쳐진 세 장르 각각의 멋진 무대 속에서 역사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 시간들 이었다.

대구 예술계 장르마다 강점과 약점이 서로 다르다. 국악기군의 뛰어난 연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소리꾼이 귀하다고 생각한다. 멋진 소리꾼이 많다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무대를 만들 수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축제 둘 째 날 판소리 한마당을 통하여 얼마 전에 작고한 명창 이명희 선생의 넓고 깊은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소리판에 오른 다섯 명의 출연자 중 선생으로부터 직간접으로 배움을 가진 이가 네 명이나 되었다. 쟁쟁한 젊은 소리꾼들과 특별출연자인 선생의 손녀를 통하여 ‘역사는 이어 진다’는 생각이 든 소리판 이었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소리도 들을 수 있었음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선생은 가고 없지만 당신께서 가르친 소리는 살아있었다.

역사라는 관점에서 축제의 축하공연 가야금 병창 이영신의 무대는 ‘귀환과 뿌리의 발견’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세계무대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구 가야금 병창의 저변이 두텁지 못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가 이곳에서 자신의 음악적 토대를 만들었으며 정상의 연주자로 서있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영신에게는 신라국악원이라는 이름이 오버랩 된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며 신라국악원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신라국악원은 사설 학원이다. 하지만 최금란 선생이 설립한 이곳은 단순한 학원이 아니다. 바로 현대 대구 국악의 산실이다. 나는 이곳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현대 서양음악에 대한 역사는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 반면 대구의 국악은 좀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구 국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그 힘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뿌리를 바로알고 자긍심의 바탕에서 음악을 해야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신라국악원에 대한 조명이라고 생각한다.

대구 국악의 역사와 힘의 단초를 발견한 것은 나에게 작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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