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선거·정치공작의 부활
[윤덕우 칼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선거·정치공작의 부활
  • 승인 2019.12.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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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편집국장
자유한국당이 지난 28일 국회에서 ‘친문(親文)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낱낱이 밝히겠다면서 3가지 사건을 이른바 ‘3대 친문(친문재인) 게이트’로 규정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위원장은 문 대통령 일가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해온 곽상도 의원이 맡았다. 조사위는 이날 회의에서 3대 의혹의 윤곽을 제시했다. 김기현 전 시장이 낙선한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정권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감찰무마 의혹 그리고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이다. 정권의 선거공작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이 한국당 후보로 공천된 3월16일, 김시장 측근에 대한 비리관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언론이 수사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김기현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두고 집권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표적수사이자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한다. 선거 전만 해도 현직 시장인 당시 김기현 야당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앞서 있었지만 울산 시청에 대한 경찰의 압수 수색을 계기로 선거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해 송철호 여당 후보가 역전승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밝힌바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함께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선거에서 8차례나 낙선한 ‘30년 지기’를 위해 문 대통령은 현역 의원 시절인 2014년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현장을 찾아 ‘바보 노무현보다 백배 더한 바보 송철호’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당시 송철호 후보의 후원회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정권교체 직후 치러진 지난해 6·13 지방선거는 9번째 도전이 된 송 시장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2017년 7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부임한다. 황 청장은 ‘막차’를 타고 치안감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황 청장은 최근 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겠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경찰청 본청에서 김 전 시장의 비위 첩보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이 첩보를 생산한 곳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해 5월 김기현 측근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올해 3월 검찰은 김기현 측근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김기현 측근은 황운하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이 같은 청와대의 비위 첩보를 받아 김 전 시장 낙선을 목적으로 이른바 ‘하명 수사’를 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근 청와대 감찰반 총괄을 맡았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서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첩보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의 수사는 울산 시장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경남지방경찰청은 한국당이 조진래 창원시장 후보 공천을 발표한 2018년 3월 30일, 조 후보의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당시 창원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허성무 후보가 당선됐다. 허 시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 등을 지냈다. 허 시장 형인 허성관 전 장관도 노무현 정부 때 해양수산부·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조 후보는 낙선한 뒤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밖에도 경남 사천 시장, 양산 시장, 함양 군수 후보를 비롯한 야당 출마자 8명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고 당시 경찰청장이 밝혔다. 한국당에선 지난해 지방선거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이 울산뿐 아니라 부산·경남(PK)을 장악해 내년 총선과 정권 재창출을 대비하는 ‘큰 그림’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여당 후보 당선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경찰 수사를 동원한 것은 선거 공작이자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청와대 선거개입 여부는 검찰의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전 정권 때 국정원 일부 요원들이 인터넷 댓글로 처벌을 받았다. 정보 담당 경찰은 총선 여론 수집을 했다고 무더기로 기소됐다. 선거 공작은 이들 사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범죄 혐의가 엄중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공착 정치와 권력형 부패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친문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청와대발 권력형 비리 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해 국회는 해야 할 마땅한 책무를 해야 한다”며 국조 요구 방침을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수사를 지휘한 김 전 시장의 사례뿐 아니라 경상남도 사천·양산·창원시장 후보에 대한 ‘표적수사’를 이용표 전 경남지방경찰청장이 주도했다면서 “현 정권의 선거 개입은 ‘헌정 농단’, 민주주의 파괴 행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다는 대한민국에 선거공작·정치공작의 망령이 되살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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