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내가 사랑하는 맛집
[문화칼럼] 내가 사랑하는 맛집
  • 승인 2019.12.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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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직장인들은 매일 점심때마다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특히나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은 메뉴선택에 상당히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젊어서 자기 몸을 어떻게 다루었느냐에 따라 멀리해야 할 음식들이 꽤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앞으로의 건강관리를 생각하며 음식들을 고르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점심으로 특별히 기름진 음식, 또는 아주 짜거나 매운 것이 아니면 대체로 가리지는 않는다(이정도면 엄청 가린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싸고 맛있는 집 또는 가격에 비해 정성이 가득한 집이면 자주 발걸음을 하게 된다.

최근 모 방송에서 미쉐린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 선정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었다. 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이라면 보통사람은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지방에 사는 사람은 일단 만나기도 어렵다). 그만큼 여기서 선정하는 별의 가치와 권위는 대단하다. 그런데 이러한 믿음과 신뢰에 의문이 간다는 내용인데 그 진위야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런 일을 통해서 음식문화에 대한 우리의 가치 기준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미쉐린 가이드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많다. 이 별을 따기 위한 쉐프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 별을 유지하기 위한 압박감에 못 이겨 스스로 반납해 버렸다. 그리고 동화 속 이야기처럼, 낯선 나라를 여행하다 만난 별 두 개에 빛나는 레스토랑에서의 꿈같은 저녁식사 등등 이러한 신화(?)를 접한 우리는 이 별만 봐도 지레 주눅들 형편이다. 물론 미쉐린 사는 친절하게도 별만 선정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 가격으로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 ‘빕 구르망’까지 선정한다. 그런데 여기에 선정된 레스토랑의 일부 역시 그 문턱이 낮지 않다.

한국형 음식점 평가인 ‘블루리본 서베이’도 있다. 지역별 장르별 구분과 정리가 단출하게 잘 되어있다. 그 외 ‘네이버 예약식당 어워즈’도 있어 우리가 필요할 때 참고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요즘 방송의 대세 콘텐츠 ‘먹방’을 통하여 수많은 맛 집과 음식들이 너무나 먹음직스럽게 때로는 아름답게 우리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신들의 맛 집 순례를 잘 포장하여 올리기도 한다.

건강하고 새로운 음식문화가 이렇게 알려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행복한 전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메뉴나 장소를 선택해야만 할 때 이런 정보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세상에 널리 알려진 화려한 명성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이러한 세상의 찬사에 동의하기 어려운 경험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존의 평가에 경도되는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 하고 자문하게 된다. 소박하지만 만드는 분의 정성이 입으로, 마음으로 따뜻이 전해지는 맛 집들도 많다. 먹고 나면 행복해지는 그런 집….

내가 가끔씩 가는 ‘냄비밥집’이 있다. 이곳에 손님을 모시고 가면 대부분 바로 매료되어 단골이 된다(나 역시 그러했다). 직장인이 매일 먹기에는 가격이 세지만 결코 비싼 집은 아니다. 반찬을 보는 순간 품격과 정성이 가득함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화룡점정은 밥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바로 짓기 시작하는 냄비 밥이 매우 기름지다. 먹을 때 다들 표정이 행복해 진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 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전복밥집.’ 전복이 들어가니까 고가의 식사라고 생각하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만나본 가격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맛 집이었다. 밥과 반찬의 조화가 완벽한 곳 이었다. 먹고 나면 종일 속이 편해지는 음식이었다. 주인께서 손이 너무나 많이 가는 노동의 강도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메뉴와 장소를 바꾸게 되어 아쉽기 그지없다. 짝사랑 첫사랑이 좌절된 느낌이다.

그런 것 같다. 맛있는 한 끼 밥의 기본 조건은 건강한 재료를 살리는 정성 가득한 많은 손길인 것 같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의 영화에도 잘 나왔지만 노동의 대가로 얻은 작은 소출들, 정성들여 다듬고 조리한 끝에 얻게 되는 소박하지만 건강한 밥상. 이것이 최고의 음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 역시 가끔씩 흉내라도 내보려고 한다. 직접 작물을 키우지는 못하지만 서툰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 본다. 실패도 하지만 어쩌다 제법 그럴듯한 식사가 차려지면 함께 나누기도 한다. 한 번씩 듣게 되는 칭찬에 용기를 내어 더 부지런을 떨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 가는 나의 밥상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맛 집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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