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 승인 2020.03.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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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우린 지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라고 밝힌바 있다. 문대통령이 밝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 사상 초유의 탄핵정국속에서 갑작스럽게 치러진 대통령선거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은 너무나 쉽게 예측되는 선거였다. 그 이유는 기존 정권에 극도로 실망한 국민들이 기존 질서의 변혁을 통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갈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감성에 편성하여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그리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건설을 통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호소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먹혀들었고, 이는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말로 함축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러한 세상이 바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고 믿었다. 취임 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사실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임기의 절반을 넘긴 현재 과연 이 말들이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대다수의 국민들은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모르고 있다. 오히려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이 문구가 지금은 당초의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정부의 실정(失政)을 풍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구가 문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게 된 이유는 비록 정부에서는 정착되기 전 일종의 명현현상(瞑眩現象)이라고 부정하겠지만, 일자리 창출을 미명으로 후속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도 않은 채 현장을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받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득주도 성장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하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소득을 늘려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게 하여 소득을 상실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암울한 미래 때문에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현실 속에서 미래세대에 부담이 되는 국채의 발행을 통해 우선 눈앞의 단기 일자리만 만드는 등등 경제정책 실패가 그 주된 원인이다.

문 정부는 집권 초기 정책 혼선에 대해 취임준비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채 출범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전가의 보도처럼 말해 왔지만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작금의 점점 더 나빠지는 경제사정에 대해서는 또 무엇을 핑계거리로 가져올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발병 초기 이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조치에 실기(失期)하였고, 전염성이 강한 특성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데 필요한 마스크조차 수급조절에 실패하여 ‘한 번만 사용하고 버려라’ ‘서너 번 사용해도 된다’ ‘면마스크도 괜찮다’ 등등 왔다 갔다 하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자신의 고유한 책무는 뒷전으로 하고 마스크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동안 세계 100여 개국 이상에서 한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거나 강화하는 등 코리아 포비아(korea phobia)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이런 정부의 행태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마스크 문제만 해도 대구처럼 지역감염이 일어나 국무총리가 상주할 만큼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긴박한 지역에 대해서는 전시상황에 준해 공적마스크의 경우 자치단체에서 일괄 구매하여 주민자치센터와 같이 지역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행정기관을 통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급, 일반 주민에 대한 판매는 불가능했을까? 그러면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자고 하는 가운데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몇 시간 길게 줄을 서는 위험을 감수하거나, 이 약국 저 약국을 전전하는 일은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언젠가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염병은 이제 매년 반복될 수 있다. 이럴 때마다 정부가 지금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아마추어리즘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진정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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