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아량을 기대해도 될까
승자의 아량을 기대해도 될까
  • 승인 2020.06.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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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의 상임위원장 배분에 따른 이견으로 개원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일 정의당, 열린민주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 여야 5개 정당 의원 188명이 서명한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고 개원(開院)국회 소집을 강행하자, 미래통합당은 ‘의회독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에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은 결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협치로 둔갑하고 법의 뒤에서 흥정하는 것이 정치인양 포장되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청산할 것”이라고 하면서 “개원 일자나 상임위원장 선출 일자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법적 절차로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준수해야할 법적 의무사항”이라고 하였다.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득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이해찬 대표도 2일 국회에서 ‘21대 국회에서는 코로나 국난 극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하고, 내후년에는 지방선거와 대선이 있기 때문에 내년까지 성과를 내야 한다. 따라서 국회법을 지켜서 정시에 개원하겠다. 상임위 배분 양보를 요구하며 개원을 미루려는 미래통합당에 대해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개원 협상 없이 의장단을 뽑은 적이 없다.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고 전 상임위를 가져가거나 일방 개원하거나 체계 자구 심사권을 없앤 법사위를 한다면 묵과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민주당의 일방독주는 협치 정신에 반하고 위기 순간에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국회를 장악해 1당 독재로 간다는 선포이기 때문에 향후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177석 거대 의석을 보유하고 무슨 걱정이 그리 많나.“라며 ”30년 민주화 이래 해 온 관행은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서로를 위해 그것이 좋다“고 하였다. 이는 13대 국회 이후 여야가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의석수에 비례해 나눠 가져왔던 관례를 지킬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 의석의 5분의 3을 확보하여 개헌 빼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슈퍼 여당으로서 야당 길들이기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계속 국회법을 들먹이며 법대로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서 전부 독식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국회법을 철저히 지켰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정부 만큼 야당 복이 많은 정당과 정부가 없다고. 그 이유는 탄핵정국으로 인해 정권을 거저 줍다시피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 동안 비현실적 이념에 치우쳐 좌충우돌한 결과 선의에서 출발한 소득주도 성장과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일자리 감소와 민생을 빈사상태로 몰아넣었고,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해야 할 규제개혁은 작동하지 않았으며, 최대 치적으로 삼으려던 남북 관계는 조롱과 냉소만 남았고, 전통 우방은 한국을 패싱하는 등등 무엇 하나 국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이런 정도면 총선에서 야당은 가만히 있어도 펄펄 날아야 정상인데, 야당 복은 타고나서인지 국민들의 인식은 옳고 그름 보다는 좋고 싫음에 따라 실패한 정책을 남발하는 정부 여당보다 반성 없는 야당을 더 싫어하고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권심판보다 국정안정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총선에서 이겼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당득표률 약 9%차이에 의석수 2배를 차지한 민주당은 국회의석의 60%를 기반으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정책의 실패를 엇비슷한 의석수 때문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 탓으로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더는 그런 핑계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모든 정책 결과의 책임은 모두 정부와 여당이 져야 한다. 힘이 있으면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남은 2년 임기 동안 검찰·언론·노동·재벌·교육·국방 등 분야 별로 못 다한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야당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했던 지난 노무현 정부 때처럼 탈이 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부여한 힘을 함부로 사용하는 대신 절제와 균형으로 협력과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정권 재창출의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승자로서 아량을 가지고 욕심을 내려놓고 원구성에서부터 야당과 타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능한 개혁 법안부터 여야 합의로 추진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일 것을 기대하면 착각일까? 타협은 힘이 있는 사람이 양보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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