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국민들은 아노미(Anomie)에 빠진다
지친 국민들은 아노미(Anomie)에 빠진다
  • 승인 2020.06.1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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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그야 말로 국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다. 코로나를 비롯해 정치 · 경제 · 안보 등 좌우를 아무리 둘러봐도 가슴을 답답하게 할 뿐 어느 하나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소식은 없다.

펜데믹(pandemic)이 선언된 코로나19는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어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완전히 혼돈 상태이다. 날씨에 상관없이 외부생활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삶을 위한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식을 찾는 종교 활동, 취미활동, 각종 모임 등을 자제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조금만 몸에 이상이 있어도 혹시 코로나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자신이 감염병 전파자가 되어 주위사람들로부터 기피 인물이 되어 온갖 비난을 받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한다.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방역수칙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어릴 때부터 전자기기와 혼자 생활하기에 익숙한 디지털세대와는 달리 사람들과 부닥치며 살아온 아날로그세대들에게 있어서는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이 더 다가옴도 간과할 수도 없다. 일상생활이 이러하니 경제활동도 엉망이 되고 자칫 코로나 걸려 죽어나 굶어 죽어나 마찬가지라는 코로나 아노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방역 당국의 말처럼 우리는 절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참담하게 만든다. 아마 머지않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은 우리가 유럽에서 창궐한 흑사병으로 유럽인들의 정신세계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배운 것과 같이 코로나라는 질병으로 인해 지구촌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의식이 바뀌었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것이 생겨날지 모르겠다.

이런 난국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서로 아전인수 격인 논리로 힘 싸움만 하고 있어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정치적 아노미 현상에 빠트리고 있다. 법사위원장 자리가 무엇이기에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가진 여당은 오랜 관행을 무시한 채 밀어붙여 차지하고, 야당은 이에 반발해 상임위원장 전부 다 가져가라고 하면서 원구성에 응하지 않아 국회가 정상적인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소통을 통한 협치로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데 있다고 본다면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논리이다. 그리고 양보는 항상 힘 있는 자가 하는 것이다. 힘없는 자의 양보는 바로 굴복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남북긴장이 고조되는 위중한 시기에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되어 현재 처한 국난을 헤쳐 나가 국민들이 편히 숨 쉴 수 있게 해주기를 기원한다.

이와 같이 코로나와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의 속이 활활 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16일 북한은 남북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적으로 폭파시키는 만행을 감행하였고, 뒤이어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고 대적(對敵) 행동의 행사권을 군부에 넘겼다고 하면서 군사 도발 가능성까지 예고하는 등 남북 긴장을 높이고 있다.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분풀이 한다고 하더니 지난 하노이회담의 결렬로 체면을 구긴 북한은 그 분풀이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을 빌미로 우리 정부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듯이 막말과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만행을 저지르는 원인을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그들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 또는 완화되지 않음으로 인한 내부의 경제적 어려움을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으로 우리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의 전형적인 대외전략이 ‘통미봉남(通美封南) 봉미통남(封美通南)’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이런 전략을 모를 까닭이 없는 우리 정부도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이 되면 우리를 멀리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틈을 노려 남북경협을 통해 이 땅의 평화와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노력하여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자행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만행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默過)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이는 대북 평화무드에 몰두해 온 현 정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는 인계점(忍界點)을 넘은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자행된 북한의 만행에 대해 일관되게 유화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정부도 이 번 만큼은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엄중히 경고 한다”고 하는 등 강경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아직 일부 여권 정치권인사들은 이런 북한의 만행을 이해하는 듯 한 오로지 미국 때문인 것처럼 발언을 하고 있어 안보 아노미에 빠진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을 획득한 정부와 여당의 최우선 책무는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데 있다. 소위 각종 적폐청산을 통한 그들이 꿈꾸는 이상 국가 건설도 좋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삶에 지친 국민들이 각종 아노미에 빠지지 않고 하나로 뭉쳐 코로나와 북한의 무력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묘책부터 마련해야 함을 잊지 않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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