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팬을 고객으로 바꾸는 스포츠마케팅
[박명호 경영칼럼] 팬을 고객으로 바꾸는 스포츠마케팅
  • 승인 2020.08.0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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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드디어 야구장의 문이 열리고 진짜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5월 5일 무관중으로 시즌을 개막한지 약 12주 만이다. 그 동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농구와 배구는 시즌을 조기 종료했으며 야구와 축구는 관중 유입이 금지되었다. 7월 26일부터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관중석의 10% 이내 입장이 허용되지만 좌석 배치나 응원 등에 여러 가지 제한 조건들이 있다. 그러나 직접 참관에 목말라하던 야구팬들에게는 이마저도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25일부터 오픈된 구단 예매는 대부분 매진되었고, 잠실구장은 예매 시작 1시간 25분 만에 2424석 전석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스포츠는 역시 야구다. 그 중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KBO리그 대표 인기 구단은 부산 롯데자이언츠다. 부산의 유별난 야구사랑에 빗대어 야구의 도시 ‘구도부산’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야구는 야구고, 다른 종목은 그냥 스포츠다’라는 말이 있다. 야구경기가 있는 날은 온통 야구 이야기뿐이다.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들은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고 같은 복장을 한 어린이들과 어울려 지낸다. 10년 전에는 부산시가 전국 유일의 야구조형물(배트, 글러브, 공)로 된 야구등대를 칠암항에 세웠다.

우리 대구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야구의 고장이다.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를 비롯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모기업과 팀명이 바뀌지 않은 구단은 10개 구단 가운데 삼성과 롯데 밖에 없을 정도로 전통과 명성을 자랑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8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4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야구의 명가다. 그러나 지난 4년간은 초라한 성적으로 팬들의 실망감이 컸다. 올해는 새로 태어난 사자(new lion)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가을야구가 기대된다.

프로야구가 이처럼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야구는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누구나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여기에다 생동감 넘치는 팀플레이, 강한 지역연고성, 경기결과의 의외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9회 말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꿈꿀 수 있는 반전의 매력이 있는 스포츠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의 포수 요기 베라가 말한 대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란 말은 인생 전체를 꿰뚫어 보는듯한 명언이다. 의외성이 강한 야구 경기는 결과 예측력이 낮다. 이 의외성은 주로 선수들의 심리상태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야구는 90%가 정신력’이라고 한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도 “나를 슬럼프에 빠지게 한 가장 큰 요인은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야구가 관중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려면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쳐야 한다. 그리고 좋은 선수들을 갖출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구단의 가장 큰 수입원은 입장권 판매와 방송중계권료다. 여기에다 모기업의 재정 지원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각 구단의 ‘스포츠 자체의 마케팅’ 활동은 미미하거나 거의 전무하다. 단적인 예로 삼성라이온즈몰을 둘러보면, 개인이 운영하는 웬만한 쇼핑몰보다 허술하다. 팬을 고객으로 모시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스포츠마케팅은 관람, 참여, 정보, 상품 개발, 교육,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에서 고객들과 호의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야구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충성도와 수익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7년 메이저리그 구단 매출 2위인 LA다저스의 연 매출액은 약 6000억 원으로, 같은 해 KBO리그 전체 매출액 약 5200억 원을 넘었다. 메이저리그는 통합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공동으로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한다. 그러나 각 구단도 독자적으로 스포츠마케팅을 활발히 펼친다. 우리나라의 구단들도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으로 수준 높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여 팬을 고객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단의 안정적이고 높은 수입이 확보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필립 시모노는 현대의 인간을 ‘호모 스포르티부스(Homo Sportivus)’, 즉 ‘스포츠 하는 인간’으로 규정했다. 프로야구 경기장은 ‘스포츠 하는 인간’들이 열정과 감동 그리고 흥분을 쏟아내는 현장이다. 그래서 야구팬들은 기꺼이 시간과 돈을 들여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간다.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운동장에서 얻는 즐거움과 놀람과 기쁨을 맛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삼대가 함께 라팍구장에서 뉴 라이온즈의 멋진 가을 야구를 볼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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