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검찰총장의 순응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검찰총장의 순응
  • 승인 2020.10.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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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관련사건 등 5가지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였고, 윤 총장은 이를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19일 ‘라임 로비의혹 사건 및 검찰총장 가족과 주변 사건 관련 지휘’라는 수사지휘 공문을 통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윤 총장을 수사지휘 라인에서 배제시켰다. 그 내용은 4000여명의 피해자와 1조6000억 원대의 피해액을 남긴 라임자산운용 비리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소위 ‘옥중입장문’으로 인해 최근 의혹이 불거진 라임 사태 관련하여 야당 정치인과 검사에 대한 로비 의혹 외에도 윤 총장의 장모 및 부인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주식회사 코바나컨텐츠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사건, 요양병원 관련 불법 의료기관 개설 및 요양급여비 편취 관련 등 사건,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등에 대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것이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의 명분은 윤 총장이 여권 정치인과 달리 야권 정치인에 대한 수사지휘는 제대로 하지 않고, 가족·측근 관련 사건은 장기화하고 있다는 질책의 의미이나 사실상 작년 조국사태 이후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사퇴할 때까지 기회만 되면 수모를 주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과 집권 여당의 열렬한 지지 속에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를 지지해 주었던 세력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건들인 것 때문에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기 시작하여, 후임 추미애 장관으로부터는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장관의 수사지휘를 두 차례나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아마 현 정부가 지난 정권에 밉보여 지방을 전전하던 윤석열 검사를 파격적으로 승진시키면서 검찰총장에 임명한 배후에는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사건에 있어서 윤 총장이 보여준 모습에서 그들이 의도하는 대로 움직여 줄 것으로 기대하였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그런 윤 총장이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소신대로 청와대가 야심차게 검찰개혁의 선봉장으로 임명한 조국 전 법무장관을 기소하여 낙마시키자 매우 당황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윤 총장은 현 정권으로부터 소위 죄 중에서 가장 무섭다는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부터 여권에서는 그들이 인사청문회에서 그토록 칭찬 일색이었던 윤 총장에 대해 사퇴를 압박하기 시작하였고, 파격적으로 5선 국회의원으로 여권의 당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여 윤 총장을 압박하기 시작하였고 볼 수 있다. 추 장관은 그가 가진 인사권을 활용하여 소위 검찰 내 윤석렬 사단(?)이라고 불리는 검사들을 학살인사라고 불릴 만큼 좌천성 인사를 통해 사퇴시키거나 윤 총장으로 부터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기피해 왔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윤 총장에게 수모를 안겨주었다.

사실 지난번 수사지휘권 행사 때 윤 총장이 반발하여 사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윤 총장이 전국 검사장회의를 개최하고도 ‘형성적 처분’에 따라 지휘권 상실이 발생했다며 장관의 수사지휘를 순순히 받아들었기 때문에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순응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오히려 반발하지 않고 있어 권한을 행사한 사람이 더 답답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부수립이후 지난 70여 년 동안 단 한차례밖에 없었던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가 금년 들어 7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두 차례나 일어나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 논란에도 청와대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 주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윤 총장이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자 법조계 일부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에 대해 검찰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이든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부터는 쉬운 법이다. 비록 법적으로는 장관에게 주어진 권한이지만 그동안 수없이 검찰개혁을 논하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절제하고 절제해 왔던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불과 3달 만에 두 번씩 발동한 것을 보면 앞으로 검찰의 수사가 장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나 자주 행사될 지 알 수가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차라리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겸하는 것이 어떠냐 하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작년 조국 사태이후 지리멸렬한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 총장이 예상과 달리 학살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 역대 어느 검찰총장들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감내하고 있어 윤 총장의 앞으로의 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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