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상생(相生), 함께 사는 길
[박명호 경영칼럼] 상생(相生), 함께 사는 길
  • 승인 2020.10.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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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꽃은 여러 송이이면서도 한 송이
한 송이이면서도 여러 송이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도 한 그루
한 그루이면서도 여러 그루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모습
한결같이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

김명수 시인의 ‘그렇게’란 제목의 시 일부다.

소설 ‘삼총사’의 구호인‘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를 연상케 하는 이 시에 안도현 시인은 이렇게 해설을 붙였다. “개인과 집단, 혹은 나와 너의 관계는 이렇듯 떨어져 있으면서도 붙어 있고, 붙어 있으면서도 떨어져 결국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이렇듯 이 세상에서 너와 나는 필연적 상생(相生) 관계에 있다. 사실 인류의 번영은 상호이익을 얻기 위한 협력에 기인하였다. 그래서 상생 협력은 인류가 모든 생활영역에서 조화롭게 생존하고 성장하는 열쇠다.

1996년 하버드대학의 애덤 브랜든버거 교수와 예일대학의 배리 내일버프 교수는 협경(協競, co-opetition)이라는 새로운 경쟁전략 개념을 제안했다.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는 경쟁과 협력을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의 궁극적 목적은 경쟁자를 제압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와 win-win하는 것이라며, 정해진 파이(pie)를 두고 다투기보다 협력하여 더 큰 파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수리생물학 교수인 마틴 노왁도 “광범위한 생물학적 양상을 분석한 결과, 멀리 내다보면 협력이 무자비한 경쟁을 누르고 결국 승리한다”라고 했다.

요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상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사회공헌활동을 위시한 다양한 상생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한편으로는 경쟁을, 다른 한편으로는 협력을 이루는 상생의 사례가 등장하였다. 수년전부터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이마트가 전통시장 내에‘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운영하며 전통시장과 협업하고 있다. 2016년 충남 당진어시장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5개 전통시장에서 시행 중인데, ‘노브랜드가 시장을 살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러 전통시장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의 해묵은 골치 거리였던 공실문제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나아가 대형마트와 온라인 몰의 주 고객인 30∼40대‘엄마고객’을 전통시장으로 유치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상생스토어에서는 상인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여 시장 내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겹치는 제품이나 시장의 주력상품은 당연히 팔지 않는다. 또 시장에 어린이 도서관이나 고객쉼터, 어린이 놀이터 등 편의공간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방문객과 매출이 늘어나면서 전통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이마트가 아니었다면 시장은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시장상인들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구미선산시장, 안동구시장과 대구월배시장에서 상생스토어가 성업 중이다. 구미에서는 시장 내 청년몰과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형태의 상생 협력 사례가 등장했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상인들을 자신들의 매장으로 초청한 것이다. 대구지역 홈플러스가 이달 중순 나흘 동안 성서점 4개 매장과 칠곡점 3개 매장을 서문시장 야시장 청년 상인에게 내주며 이색 먹거리를 판매하는‘몰빵데이’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상인들과 손잡고 오프라인 유통을 살리려는 상생행사였다.

이처럼 상생 협력이란 모두가 함께 사는 좋은 일이다. 그런데 상생 협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진정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상호이해와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하지만 상생 협력을‘강자인 대기업이 베푸는 일종의 호혜’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은 불식되어야 한다. 이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생각이다. 경쟁력이 함께 높아지는 동반성장이 진정한 상생 협력이다.

지역 유통업이 위기다. 전통시장의 불경기는 더 이상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다. 대형마트들도 예외가 아니다. 홈플러스 대구점의 매각이 결정되었고, 롯데마트 칠성점은 폐점이 확정되었다. 각종 규제와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유통이 일상화되면서 대형마트들이 경쟁력을 잃고 막대한 영업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그야말로 지역유통업계가 풍전등화의 처지다. 이전과 다름없는 장사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생 협력의 철학과 전략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평온한 과거 신조들은 현재 폭풍우를 헤쳐 나가기에 부적절하다. 새로운 상황을 맞이한 지금, 우리는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행동해야한다.”오래 전 에이브러햄 링컨이 준 이 교훈은 모든 분야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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