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로드맵 재검토해야 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로드맵 재검토해야 한다
  • 승인 2020.11.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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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11월 2일 행정통합을 선언하면서 지난 9월 21일 출범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이 어떻게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1년간의 용역기간과 6개월간의 검토준비기간을 거쳐 통합공론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어, 실제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까지 2년 정도 소요됨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2022년 지방선거 때까지 통합성사 여부를 알 수 없어, 2022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구·경북에 비해 성사여부 결정은 많이 늦어질 전망이다. 즉 2022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 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선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통합 단체장 선거를 한다는 것은 막대한 선거 비용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통합 논의 또한 마찬가지이다. 2022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통합과 관련한 각종 논의와 중앙정부에서의 입법 및 주민투표까지 끝내지 못할 경우 현실적으로 통합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 실제 그렇게 진행될 개연성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필자는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통합 시점이 1년 6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도 통합이 왜 필요한지, 통합이 되면 어떤 점이 유리하고 어떤 점이 불리한지 등등 통합에 관한 논의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필요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추진할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출범이후, 그동안 몇 차례의 회의를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는 있으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시·도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아 모르고 있다. 또한 대구·경북지역을 다녀보면 행정통합과 관련하여서는 그 흔한 플랜카드 하나 걸려 있는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정이 이러하니 시도민들의 관심이 있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권시장은 지난 3일 아시아포럼21 주최 토론회에서 “통합을 둘러싼 찬반 쟁점을 노출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공론화이고 이런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지만, 지금 대구경북 어떤 지역사회에서도 통합과 관련한 찬반 논쟁은 시작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지난 10월 26일 안동시의회가 ‘경북대구 행정통합 반대 촉구 건의안’이 채택하였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렵게 대구광역시청사 유치가 확정된 대구 달서구에서도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경북지사가 행정통합 이후의 새로운 행정기관은 안동에 유치한다는 발언으로 인해 시청사 유치가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지난 3일에는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행정통합 논의 추진 일정을 전면 재조정할 것을 촉구한 정도가 현재까지의 공론화 과정이라고 할 수 정도이다.

따라서 필자가 느끼는 바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하여서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만 그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지, 시·도민들은 자신들의 피부에 바로 와 닿지 않는 지나가는 소리 정도로 밖에 인식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양 자치단체장이 당초 의도한 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시 빨리 통합과 관련한 공론의 장을 열어 시·도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또한 공론의 장을 통한 통합 논의와 함께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은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법률안이 빠른 시일 안에 정비되도록 정치권에 협력을 요청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해결되어야 할 걸림돌 중의 하나는 통합시 기존 자치단체들의 법인격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특별자치도와 특별자치시인 제주와 세종은 산하에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층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대구경북 행정통합안은 8개 구·군인 대구광역시와 23개 시·군의 경상북도를 통합해 하나의 광역 행정단위인 ‘대구 경북 특별자치도’로 하고 그 아래에 기존 대구광역시를 대구특례시로 존치시키고, 31개 시·군·구를 두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경우 대구는 3층제가 되고 경북은 2층제가 된다. 또한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광역시 산하에는 시(市)를 둘 수 없고, 도(道)산하에는 자치구를 둘 수 없다. 따라서 이를 해소할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통합시 그 명칭이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되던지 대구경북특별자치시가 되든지 간에 시와 자치구 둘 중 하나는 법인격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대구경북 통합이 아무리 절박하다고 하더라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아직까지 시작도 못한 공론화 논의 과정을 1년 6개월 만에 모두 끝내고 2022년 지방 선거때 통합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은 자칫 졸속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공청회·토론회 등을 개최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2024년 총선 때까지 논의시기를 늦추어 충분한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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