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빛과 소금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 승인 2020.11.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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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

성경에서는 사람들을 향해 "너희는 빛과 소금이니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라"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빛과 소금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세상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빛과 소금이 세상과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는 사회복지 기관에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자리에 면접관으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지원한 사람에게 "당신의 좌우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그는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과 자신의 좌우명은 성경에 나오는 말씀을 인용하며"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그래 맞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마음에 알 수 없는 걱정이 하나 비집고 올라왔다. 한눈에 봐도 그 사람은 '나 기독교인'이라고 써 놓은 것처럼 신앙심 좋은 기독교인으로 보였다. 분명 예의도 있어 보였고, 사람들을 향한 배려심도 많아 보였다. 그런데 왜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염려의 마음이 들게 된 것일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며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종교인들을 많이 봐 왔다. 그리고 자기식대로의 사랑 표현으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남녀도 많이 봐왔다. 소통 없이 자기의 방식만을 고집하며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또한 타인과의 관계를 더 나쁘게 하는 사람도 많이 봐왔다. 그래서 그가 '빛과 소금이 되겠다.'라는 말과 함께 이후의 질문에서 보여준 경직된 듯한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모습이 나로 하여금 염려의 마음이 생기도록 했던 것이다. 그때 그에게 "빛과 소금이 세상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과 세상을 죽이는 일도 할 수도 있으니 잘 사용해주세요"라는 말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에게도 말 했었지만 그 이야기는 면접관으로서가 아닌, 그냥 인생의 선배로서 해준 말이었다.

세상에 모든 것은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아주 얇은 종이 한 장도 앞면 뒷면이 있다. 심지어 옆면도 있다. 즉 하나의 면이 있다면, 다른 반대되는 면도 있다는 말이다. 길다고 하는 것은 짧다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강한 것이 여린 것을 포함 하고 있고, 여린 것이 강한 것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때로는 잘 되는 것이 도리어 내게 해가 되기도 하고, 안 좋았던 일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무용(無用)이 유용(有用)하고, 유용(有用)이 무용(無用) 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나는 유연함이라 생각한다. 경직된 사고와 행동 패턴으로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절대 진리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상대방을 위해서 한다고 한 일이, 도리어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을 자주 주면 안 되는 나무에 매일 물을 주고 나서 나무가 말라 죽자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나는 이런 사람과 동행을 하고 싶다. 이런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코끼리를 큰 동물이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보다 작은 동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동행을 하고 싶다. 곰이 무조건 '힘이 세다'라고만 생각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곰도 때로는 힘이 약한 동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친구 하고 싶다. 고난이 무조건 나쁜 것만이 아닌, 우리에게 유익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친구 하고 싶다. A라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무조건 '맞다''틀리다'라고만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혹시 모르니 더 기다려 보고 지켜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친구였으면 좋겠다.

빛과 소금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또는 때에 따라서 아주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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