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섬김의 리더십’
[박명호 경영칼럼] ‘섬김의 리더십’
  • 승인 2020.11.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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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바른 말, 고운 말, 존댓말을 써라’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매양 듣던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의 말씨가 매우 사납고 부박하다. 초·중학생들이 친구들과 거침없이 욕설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 어른들은 상대방은 아랑곳없이 자기주장만 한다. 국가의 지도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국회의원들과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듣노라면 과연 초등교육이나 제대로 받았는지 의심스럽다.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폄하하거나 예사로 거짓말을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품격이 높다고 강변한다. 국민들은 이처럼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들에게 실망을 넘어 좌절하고 있다.

선진국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말의 표본이다. 천박하고, 비이성적이며, 위험한 지도자로 치부된다. 세계적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끊임없이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 인물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진지하고, 노련하고, 냉철한 신사라고 호평했다. 그래서 향후 미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한 나라의 최고 리더십은 그 국가의 평판과 미래의 명운을 결정짓는다.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을 비롯한 어떤 조직에서나 리더(leader)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단연코 기업의 가치와 성공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기업의 성과는 기업 구성원들을 어떻게 리드(lead)하는가에 달려있다. 리드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이다. 영향력은 권력이 아니라 권위에서 나온다. 따라서 리더는 권력이 아니라 권위로 리드해야 한다.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마더 테레사, 나라를 구하려고 의병을 일으켰던 조선의 선비들이 다 이런 인물들이다. 이들은 권력이 없었으나 권위로 큰일을 해냈다.

제임스 헌터는 명저 ‘서번트 리더십’에서 리더는 올바른 성품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직, 바람직한 역할, 경청하는 자세, 상대방을 후원하는 자세,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 상대방을 격려하는 자세, 긍정적·열정적 자세, 인정 등을 제안하였다. 여기서 영향력과 권위가 나온다. 무엇보다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리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청이 최우선이다. 이목구비(耳目口鼻)란 귀, 눈, 입, 코를 중심으로 본 얼굴의 생김새를 뜻한다. 아마도 잘 듣는 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첫 번째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경청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된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지혜가 필수적이다.

탁월한 조직은 리더의 가치관으로 구별된다. 인도네시아의 KMK글로벌스포츠그룹 송창근 회장은 특별한 가치관을 지닌 리더다. 30년 전 맨손으로 신발제조업에 뛰어들어 현지 내수 1위 기업을 일구었다. 마음을 어루만지는‘기브 앤 기브(give and give) 경영’이 빛을 발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이발소와 미용실을 만들고 직원전용 병원을 운영하면서 종업원들의 건강을 돌본다. 회장은 수시로 공장을 돌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격주로 직원들 집을 찾아가 주거상황을 점검하여 개선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손꼽힌다. 진정으로 직원들을 섬기는 리더십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섬긴다’는 말은 잘 모시고 받든다는 뜻이다.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공무원들은 국가와 사회의 심부름꾼이고 종이다. 당연히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부터 모든 공직자들이 주인인 국민의 뜻에 따라 맡겨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야하는 까닭이다. 기업의 CEO도 직원, 고객,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 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는다. 이런 기업에서는 직원들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갖는 리더로 변모하게 되고 그 결과 좋은 기업이 된다.

위대한 리더들은 희생과 봉사, 그리고 사랑을 실천한다. 미 해병대에서는 으레 졸병이 가장 먼저 식사하고 최고위 장교가 제일 나중에 먹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사이먼 사이넥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서 “훌륭한 리더란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동지애를 갖추고,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1세기 전 애기애타(愛己愛他)라는 유묵을 남긴 도산 안창호 선생은 봉사와 사랑으로 몸소 섬김을 실천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인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겸손, 희생적 섬김, 이타심, 무조건적인 사랑은‘섬기는 리더십’의 전형이다.

미국 제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는 “당신의 행동이 타인들로 하여금 더 많이 꿈꾸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낳은 사람이 되게끔 영감을 불어 넣는다면 당신은 분명 리더”라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은 과연 어떤 리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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