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친구이야기
[금요칼럼] 친구이야기
  • 승인 2020.11.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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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식
대구공업대학교 교수
경영학 박사
온 세상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사색도 깊어지며, 사람들이 주는 따뜻함이 더 간절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소리 없는 사랑으로 함께 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에 대한 자각이 지금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녀가 살았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아내가 한쪽 눈을 읽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어 했다. 남편은 아내를 만류하였지만 아내가 너무나 간절히 원하여 할 수 없이 아내의 손을 잡고 늘 직장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아내에게 더 이상 자신이 바래다 줄 수 없다고 얘기했다. 아내는 참으로 서운하고 화도 났지만 할 수 없이 혼자서 지팡이를 짚고 회사로 출근했다. 그리고 어느 날 버스를 타는데 버스 운전기사가 "아주머니는 참으로 행복하시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왜요"라고 물으니 "늘 아주머니 등 뒤에는 아저씨가 함께 따라서 타네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에게는 매몰차게 함께 갈수 없다고 얘기했지만 아내가 자기에게 의지하여 평생 동안 함께 할 수 없으니 사랑하는 아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늘 등 뒤에서 몰래 지켜보며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위의 글은 소리 없이 주는 사랑의 진정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매우 아름다운 글이다. 글을 읽으면서 나의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고,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고는 있는가 하는 물음도 하게 된다. 한편, 시인 함석헌님은 '그대는 그 한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에서 '진정한 친구'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만릿길 나설 때,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한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한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하략)" 독자 여러분 곁에도 이런 '한 사람의 친구'가 있는가?

흔히 이 세상에는 4종류의 친구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꽃과 같은 친구다. 꽃이 피었을 때는 온갖 달콤한 말로 가까이 다가왔다가 꽃이 지고 나면 언제 보았냐는 듯이 돌아서 버리는 친구이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 그런 꽃과 같은 친구들이 많지 않을까? 친구가 잘 나갈 때는 하루가 멀다고 찾아와 술, 밥을 얻어먹고 형편이 나빠지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친구관계가 깨어져 버리는 사람들을 필자도 여러 번 본적이 있다. 두 번째 유형의 친구는 저울과 같은 친구이다. 친구를 사귈 때마다 늘 저울로 물건 재듯이 이쪽 저쪽을 비교해보며 재물과 권력이 있어 자기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면 친구로 사귀고 반대로 자기보다 좀 부족하든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외면해버리는 유형의 사람을 말한다. 세 번째 유형의 친구는 산과 같은 친구이다. 세월이 흘러도 늘 변함없는 산처럼, 친구사이도 늘 변함없이 돈독한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득이나 시류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변함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유형의 친구를 말하고 있다. 이런 산과 같은 친구가 진정한 친구가 아니겠는가. 마지막 네 번째는 땅과 같은 유형의 친구이다. 땅은 자연에게 산과 나무를 주고 흙을 통해 늘 곡식을 풍요롭게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늘 도움을 주는 유형의 친구를 말한다. 그런 친구는 늘 좋은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친구가 힘들 때는 진정으로 위로해주고 무엇이든지 함께 나누어 먹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유형의 친구를 말한다. 독자 여러분에게는 지금 어떤 유형의 친구가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유형의 친구가 되고 싶은가?

필자의 장군스피치 제자 중에는 형편이 어려워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교육비를 선뜻 내어주는 제자가 여러 명 있었는데,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친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제자를 보고 땅과 같은 진정한 친구는 이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한때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가도 사소한 다툼이나 질투로 인해 평생 남남처럼 등을 돌리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가끔 보게 된다. 친구와의 좋은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 진정으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1-2명만 있으면 그 삶은 성공적인 삶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하고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으며, 시기와 질투없이 늘 함께 울고 웃으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성장을 이어 나가면서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세상을 헤쳐나갈 수가 있다면 그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리라. 필자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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