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벼락거지와 청년의 위기
[이효수 경제칼럼] 벼락거지와 청년의 위기
  • 승인 2020.11.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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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요즘, ‘벼락거지’라는 말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벼락부자라는 말은 흔히 들어보았지만, ‘벼락거지’라는 말은 생소한 신조어이다. ‘벼락거지’는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현 정부의 말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루었다가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폭등하면서, 집도 못 사고, 전세 살기마저 어렵게 되어 갑자기 거지꼴이 된 심정을 표현한 말이다. 한 신문은 벼락거지에 관한 기사가 나간 뒤 일주일 동안 이 신문에서 나온 기사 가운데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가 바로 벼락거지에 관한 기사라는 것이다. 그만큼 벼락거지에 대한 공감의 물결이 일고 있고, 이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벼락거지는 정부 신뢰 붕괴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하여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비극적 신조어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정부의 가장 큰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그리고 집권 이후 무려 24회에 걸쳐 부동산 정책들을 쏟아냈다. [이효수 경세제민 (65)]는 2019년 11월 11일 자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제하에서 정책기조가 근본적으로 경제원리 및 시장원리에 반하므로 정책실패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정책기조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라고 하였고, 같은 해 1월 14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안정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 이후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정책 기조를 전환하기보다 오히려 규제적 징벌적 정책을 강화하여 왔다. 이에 ‘이효수 경세제민 (92)’는 ‘서민 주거안정 및 중산층 파괴하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제하에서, 정부 정책 기조의 근본적 전환을 다시 촉구하였다.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킨다면서 불과 3일 만에 임대차 3법을 입법 7월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정책의 핵심은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청구권’을 주어 2+2년 살 수 있게 하고 전월세 상한선을 5%로 묶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전월세 매물은 품귀되고, 전월세 가격은 폭등하고, 전월세 암시장만 커져만 가고 있다. 이 정책은 세입자 보호 정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세입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제원리에 반하는 정책은 이처럼 정책효과가 정책목표와 반대로 나타나는 정책실패를 낳게 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경제원리 및 시장원리에 반하므로 정책목표와 반대로 집값과 전월세는 폭등할 수밖에 없고, 서민주거안정과 중산층 붕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경제부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여당 지도부는 부동산시장의 대혼란 속에서도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현실과 괴리된 이야기들을 하여 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정책실패를 넘어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청년의 미래가 나라의 미래이다. 청년들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나라의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국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20대 청년들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잡기란 참으로 어렵게 되었다. 다행히 몇 년 전에 일찍 사회에 진출하여 괜찮은 일자리를 잡은 30대 청년들도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 ‘벼락거지’가 되었다는 불안감에 대출이라도 받았어 마지막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발부둥치는 청년들에게 국토교통부 장관은 ‘영끌’이라 비판하고, 정부는 ‘1억 이상 신용대출받아 1년 내 집 사면 대출 회수’를 추진하면서, 주택 담보로도 신용대출로도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었다. 부모 잘 만나 현금 많은 사람들 말고는 스스로 근검절약하여 내 집 마련하기 어렵게 되었다. 계층 이동, 중산층 진입 사다리가 붕괴된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벼락거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반대로 집값 폭등, 과도한 분양가 규제로 인한 로또 분양,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주가 폭등 등으로 ‘벼락부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벼락거지의 위기감을 느낀 청년들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최근 기업에는 국내 주식 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가 되면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거나 스마트폰으로 주식매매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부동산 시장도 주식시장도 거품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거품은 언젠가는 붕괴되고 거품이 붕괴되는 날, 개인 및 가계도, 기업과 국가도 엄청난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벼락거지’, ‘벼락부자’ 바람이 불면서, 안정된 미래를 보장해 줄 ‘근면 성실과 근로소득의 가치’가 붕괴되고, 일확천금과 로또 자본소득에 탐닉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가 투기 사회를 만든 것이다. 청년들이 인생의 성공을 꿈꾸며 성실하게 커리어를 관리하면서 직업능력을 개발하기보다는 벼락부자를 향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청년의 미래도 나라의 미래도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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