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온라이프(onlife)’ 시대의 마케팅
[박명호 경영칼럼] ‘온라이프(onlife)’ 시대의 마케팅
  • 승인 2020.12.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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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랜선(LAN線) 송년회가 인기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IT 기업들의 재택근무 직원들이 연말 회식을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메뉴를 주문하여 먹으며 온라인으로 연결된 동료들과 일상의 안부와 덕담을 나누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랜선 기업탐방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온라인에 접속해 실제 근무지 모습을 가상 체험하고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인터뷰도 한다. 워크숍이나 축제, 각종 공연도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랜선 집들이, 랜선 회초리질, 랜선 애국이라는 말까지도 유행이다.

지난 2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는 하루 5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알리바바 그룹에 속한 인타임 백화점에서는 재택 중인 직원이 점포폐쇄 하루 만에 라이브방송(라방)을 시작했다. 3개월 후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수준을 회복했고, 7월에는 매장 직원 5000명이 라방에 참여하여 하루 평균 200회 방송을 진행했다. 라방은 온라인에서 직원이 짧은 영상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판매하는 방식이다. 방송을 보다가 제품을 사기로 결정하면 즉시배송으로 상품을 보내준다.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상품을 받았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로 신속하다.

인타임의‘백화점 라방’은 창업자 마윈이 주창한‘신유통’방식이다. 전통 백화점이 디지털 변혁을 미리 잘 준비하고 실행한 사례다. 인타임의 첸샤오둥 대표는 백화점의 디지털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4년 전 세계최초의 무인 슈퍼마켓‘아마존 고(Amazon Go)’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하여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을 완벽하게 결합시켜주는‘보물 트럭(Treasure Truck)’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소매유통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일상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삶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 두 영역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면서 긴밀하게 결합되고 있다. 이처럼 물리적 존재와 가상의 존재가 융합된 상태를 옥스퍼드대 루치아노 플로리디 교수는 ‘온라이프(onlife)’라고 명명했다. 미래학자 바이난트 용건도 『온라인쇼핑의 종말』에서 디지털화로 달라지는 사람들의 행동양식을‘온라이프화’라고 설명한다. 우리 사회에서도‘온라이프’는 이미 낯익은 현상이 되었고, 스마트폰은‘온라이프화’를 정착시킨 일등공신이다. SNS를 통한 사회적 관계 유지뿐만 아니라 소비나 금융거래 등 경제활동과 문화활동에서도‘온라이프’가 우리 삶에 깊숙이 뿌리 내려져있다.

마케팅의 태두인 필립 코틀러 교수는 『마켓4.0』에서 디지털 혁명으로 우리는 초연결되고, 초지능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 결과 거래 환경이 수직적·배타적·개별적에서 수평적·포용적·사회적으로 변화하였다고 주장한다. 종전의 일방적 광고나 프로모션보다는 친구, 가족, 팬, 팔로워에 의존하는 수평적 문화로 나아가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가 지리적·인구학적 장벽을 허물어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고,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혁신을 할 수 있는 포용적 환경으로 바뀌었다. 고객들의 구매절차도 보다 사회적으로 변하고 있다. 고객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에서 나오는 소리에 더 많이 주목하며,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조언과 평가를 구한다는 것이다. 또 고객들은 제품·서비스 생산과 유통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온라이프’시대의 고객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나아가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여 일하며, 사고와 실천을 통합하고, 심지어 일과 놀이도 함께한다. 소위‘옴니형 인간’이 된 것이다. 라틴어‘옴니(omni)’란‘모든 것, 모든 방식’을 뜻하는 접두사다. ‘옴니’는 역설적인 것까지도 통합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선진 유통기업들은 이미 옴니채널(omni-channel)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여 고객참여, 소통,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한다.

‘온라이프’시대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좋은 쇼핑 경험과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난양기술대 후이 덴 후안 교수가 강조한대로‘가성비(價性比)’뿐만 아니라 ‘가심비(價心比)’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비금전적 가치들을 더 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객의 니즈에 실시간적으로 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플랫폼의 기회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협력, 환경, 공감, 공유, 책임의 사회적 가치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 혁명의 물결 속에서는 마케팅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사고와‘옴니적 실행’이 절실하다. “어제의 성공방정식만 믿고 있는 사람은 내일의 패배자가 된다.”앤디비아의 CEO 젠슨 황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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