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하이퍼역사시대는 처음이지?
어서 와, 하이퍼역사시대는 처음이지?
  • 여인호
  • 승인 2020.12.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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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동물생명권이 대두된 이후 동물의 생명 보호, 복지 증진등 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법으로 규정하여 윤리적으로 보호하려는 인식이 우리 국민 정서 속에 깊이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애완동물로 여겼지만 요즈음은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가족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 반려동물로 고쳐 부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자식이 되기도 하고 형제자매가 되면서 가족의 계보가 흥미롭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요도 순위에서도 반려동물이 배우자나 부모보다 더 앞선 순위를 차지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한동안 “4번(아들)아, 3번(강아지) 모시고 잘 있거라! 6번(아버지)은 간다.”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었습니다.

동물이 사람보다 더 귀하게 대접받는 상황을 꼬집어 웃자고 한 말이겠지만 이미우리 사회는 정서적으로 반려동물이 사람과 동등하게 대접받는 시대에 와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 로봇이 자식이 되고 형제자매, 연인이 되는 등 인공지능, 자율자동차 등의 인공행위자가 새로운 형태의 타자성을 띠며 정서적으로 중요한 대상이 되어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하이퍼역사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미래 사회에서는 인간의 기계화와 기계의 인간화가 함께 진행되어 서로 간의 관계 재설정이 중요한데, 그를 위한 하나의 프레임으로 신상규 교수는 포스트휴먼을 제시했습니다.

포스트휴먼의 형상은 인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강화된 인간, 사이보그, 인공지능 로봇, 유전·기술적으로 변형된 동물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에 인간은 자연 생태계의 중심이 아니라 자연과 인공, 인터넷 환경과 기술적 존재를 모두 포괄하는 확장된 의미의 정보생태환경권 내에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자 중 하나에 불과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그 행위를 예측, 통제할 수 없는 포스트휴먼의 존재로 인해 자아에 대한 인식과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 또한 달라지면서 지금까지 인간을 중심으로 적용되었던 개념이나 상식적 판단들이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 사회가 누군가 저지른 행위 결과에만 집중해서 책임을 부과하는 ‘책임 중심의 윤리’를 적용하고 있다면 미래 사회에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갈 다양한 형태의 포스트휴먼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책임을 사유하‘예방적 점검의 윤리’를 적용해야 하는 등 윤리학적 관점의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초지능형 인공지능이 세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혁신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 믿으며 그들의 존재를 환영하기도 하지만 또 한 편에서는 그들이 인간의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인간에게 대항하는 판도라 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 속에서도 하이퍼역사시대는 도래할 것이고 그 미지의 세계를 살아갈 인간은 단순한 사용자나 소비자가 아니라 정보생태환경권의 관리자나 감독자로서 그 역할이 더 중대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음 세대에게는 고도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과 정체성 교육에 기반을 둔 인간의 역할과 새로운 책무성에 대한 이해 교육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보다 먼저 하이퍼역사시대에 대한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하기에 지금, 미래를 향한 사색의 시간 속으로 걸음을 옮겨 걷습니다.



배은희 대구도림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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