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 승인 2020.12.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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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할 수 없는 일에 너무 우리의 마음을 쏟지 말자. 우리가 신경 쓰고 애써야 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들에 있다. 그곳에 마음과 열정을 쏟을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할 수 없는 것은 뒤로 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자.

세상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기어코 나의 앞에 그 일이 놓일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거부해보아도 나의 앞에 발생될 일은 기필코 일어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그것을 우리가 선택하기는 어렵다. 그 일은 우연히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니면 필연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태어남과 죽음 같은 일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이다. 또한 우리에게 놓일 어떤 상황도 선택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그것은 일어난 일에 대해서 반응하는 우리의 태도와 생각이다.

한 부부를 만났다. 두 사람은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의(自意)보다는 타의(他意)에 의해 마지막 상담을 하러 온 부부로 보였다. 둘의 표정에서 그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부부 둘 다 서로에게 지쳐 있는 듯했다. 특히 아내보다는 남편의 절망감은 더 심해 보였다. 얘기 초반부터 아내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내었다. 아내의 부족한 점, 단점, 아쉬운 점을 끝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남편의 말과 행동에 아내는 남편의 말을 반박하기보다는 ‘또 시작 했다.’라는 식의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얘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의 불만은 아내의 행동 때문이었다. ‘아내가 이렇게 행동해주면 내가 이렇게 해줄 수 있는데......’라는 식이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남편이 힘들어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남편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에너지와 열정을 쏟고 있는 이유였다. 즉,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을 바꾸는 일도 힘든 법인데 그 힘든 타인(아내)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건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힘든 것이 타인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은 쉽게 잘 바뀌지 않는다. 자신을 바꿔 보겠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개 버릇 남 못 준다’라는 속담처럼 우리는 쉽게 잘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오랫동안 형성해온 생각의 틀과 행동의 습관이 쉽게 바뀔 리 만무하다. 그런데 타인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며 어리석은 일인가?

우리가 정말 바뀌려고 한다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다짐과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환골(換骨)이란 말은 기존의 뼈를 빼내고 새로운 뼈로 완전히 바꾸는 일이고, 탈태(奪胎)라는 말은 태를 바꿔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말한다. 즉, 새사람이 되는 것처럼 겉에 있는 가죽을 완전히 벗겨내어 마치 탈을 쓴 것처럼 완전히 새롭게 바뀌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상상해보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인지를 알 수 있다. 뼈 하나 부러져 수술을 하고 뼈 일부분을 교체해도 힘든 법인데 기존에 있던 뼈를 다 드러내고 새로운 뼈로 완전히 교체하는 작업은 상상하기 힘든 과정이다.

사람의 변화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행동과 사고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애당초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려고 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해서 살아야 한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있다. 원한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상황은 자극을 주는 사람이나 운명의 몫이다. 그것을 바꾸기는 진짜 힘들다.

모든 것은 상호작용의 결과라서 나를 바꾸면 타인이 바뀌는 법이다. 즉, 상호작용이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를 바꾸려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바꿔야 한다. 자신에게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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