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코로나19 위기 속 양극화 심화
[이효수 경제칼럼] 코로나19 위기 속 양극화 심화
  • 승인 2020.12.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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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양극화 심화야말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사회에 던져줄 가장 심각한 후유증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대면 접촉으로 감염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고, ‘언택트 시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비대면 경제·사회 활동이 증가하는 등 사람들의 경제사회활동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즉 언택트가 강조될수록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식당, 숙박업, 노래방, 학원 등 대부분의 자영업은 사람들이 직접 와야 장사가 되는 대면 비즈니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 각국에 비해 자영업 종사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이다. 많은 비정규직 저임금 근로자들이 자영업이나 영세 중소기업에 종사한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실직되거나 근무시간 감소로 임금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비해 언택트 비즈니스, 고급 서비스직은 물론 사무직이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양자 간에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55만 3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7% 급감했다. 반면 상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743만 8천원으로 0.6% 감소에 그쳤다. 근로소득의 양극화가 그만큼 심화된 것이다. 사업소득 격차는 임금 격차에 비하여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한 반면,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사업소득은 오히려 5.4% 증가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영업 및 영세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되면서 근로소득 양극화와 동시에 사업소득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그 결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포함된 가구 소득 양극화도 심화됐다. 올 3분기 가구당 소득을 보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1.1% 줄어든 163만 7천원이었고, 2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에 1.3% 감소한 337만 6천원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이에 비해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1천39만 7천원으로 2.9% 증가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불과 1년 사이에 4.66배에서 4.88배로 확대되어, 양극화가 그만큼 심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및 경기 침체에 대응한다면서,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과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과 정부 부채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정부는 각종 기업규제 관련 입법과 기업규제 정책을 펴는 등 경제 활성화와 모순된 정책을 동시에 펼쳐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정부의 각종 기업규제 정책으로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실물경제와 자산 시장이 심각한 괴리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소비를 하지 않고,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은 전분기 대비 2.1% 성장했지만 이것은 수출 증가에 기인한 것이고, 민간 소비는 0%로 제자리였고, 총 투자율은 오히려 1.8% 포인트 감소했다.

이처럼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은 실물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소비시장이나 투자시장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 및 주식 식장 등 자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실물경제와 자산 시장의 괴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월세가 모두 역대 최고로 치솟으면서,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크게 심화되었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특히 서울에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갑자기 자산 가치가 몇억씩 상승한 반면,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었다. 과잉 유동성 시장에서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으니 돈이 주식시장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 3월 코스피 지수는 1400대까지 급락했으나, 과잉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쏠리면서 코스피 지수는 급반등하기 시작하여 11월 24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실물경제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 빠진 상태에서도 과잉 유동성으로 주식시장이 활황 장세를 보이자, 개인들은 저금리 구조에서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2700선을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의 이상 과열 현상은 자산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된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이 과열되면 자연히 돈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근로소득 양극화에 비하여 자산소득 양극화가 더 크게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교육이 길어지면서, 교육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자산 시장 양극화와 교육시장 양극화는 한번 심화되면, 그것을 완화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때 양극화를 최대한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강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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