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후회
  • 승인 2020.12.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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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치는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지금 최선을 다해서 살아도 미래의 언젠가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마다 올 한 해는 좀 더 잘 살아보자고 다짐을 하지만, 한 해가 끝나갈 때는 후회가 남는다.

어른이 되어 학창시절을 추억할 때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 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걸'이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되면 알고, 그래서 공부할 수 잇을 때, 공부가 다인 학생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 자신의 인생이 지금보다는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사람들, 지금 현재가 만족스러워도 그 때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진다. 그러나 '그 때'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공부도 때가 있다. 지금 죽지않을 정도록 열심히 해봐라. 니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그 말이 잔소리처럼 들린다. 자신들이 겪어봐야 알 것이다. 왜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하는지.

아들이 시험을 1주일 앞두고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초긴장을 하고, 피곤한데도 잠이 안 와서 잠을 못 잔다고 했다. 9월 모의고사, 공군사관학교 시험을 응시하러 갈 때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긴장도 하지 않던 아이였다. 결과가 좋게 나올 리는 없었고 그 결과에도 별로 연연하지 않았다. '낙천적'인 성격이 좋을 때도 많지만, 목표를 성취해야할 경우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적절한 불안과 긴장이 있어야 과정에 더 몰입하고 집중할 수가 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원동력이 된다.

낙천적이던 아들이 잠이 안 온다며 약을 사달라더니, 하루는 캔맥주 1개를 마셨다고 했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다면서 웃었다. 불안이 심해져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밥을 먹으면서는 기분이 하루에도 수시로 바뀐다고 한다. 어떤 때는 기분이 아주 좋고, 어떤 때는 짜증이 난다고 한다. 어떤 날 밤에는 운동복을 입고 밖에 나가 뛰고 왔다고도 했다. 그래도 해결이 잘 안 되는지 늦은 밤 엄마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10시부터 새벽 2시 30분이 되도록 일방적으로 말을 했다. 자신은 원래 말이 많았는데 말도 못하니 말이 너무 하고 싶다고 했다. 이성을 좋아하면 설레임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국어공부를 하면서 느낀 좋은 글에 대해서도 말을 했다. 이과를 잘 선택했다고도 했다. 자기와 말을 하니 재밌지 않냐고도 물었다. 급기야 아이는 올 한 해 후회가 된다고 했다. 운동도 하면서, 가끔은 쉬면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하루하루 보냈어야 하는데, 너무 꽉 짜인 시간표대로 자신의 욕구를 참고 견뎌서, 오히려 능률이 오르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시험 이틀전 날 아침에는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울었다. 그 동안 좋았다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될 것이라고, 열심히 했었다고 울었다. 엄마도 기도하니 잘 될거라고 격려해주었다. 전날 밤에는 손이 떨린다고, 내일 시험치러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충 치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자기 자리에 가서 문제지를 다시 보면서 다시 지나간 고2, 고3, 올 한해를 후회했다. 그 때 그랬어야 했는데라면서 울었다.

엄마는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중이 되면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 후회될 거다. 마음을 잡고, 가방정리하고, 잠을 자라고 했다. 자다가 깨서 공부를 하겠으면 하고, 계속 자면 그대로 자면 된다고 아이를 눕혔다. 아들은 이불을 칭칭 껴안고 눈을 감았다. 새벽까지 계속 잤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나중에 가서 후회할 수 있으니 지금 열심히 해보라던 엄마의 말에 자기는 절대로 '후회'는 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욕구에 충실했던 아이였는데, 이토록 후회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그만큼 목표에 대한 결과가 좋기를 바라는 마음때 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또 한 번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했다. 그 결과가 다시는 아이에게 후회의 마음이 생기지 않고, 노력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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