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데이터가 이끄는 세상
[박명호 경영칼럼] 데이터가 이끄는 세상
  • 승인 2021.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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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소띠 새해다. 지난 해 연말, 소도 웃을 큰 사건이 있었다. 페이스북이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미국 주요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낸 것이다. 광고 수익을 빼앗아 대중매체를 경영난에 빠뜨린 장본인이 신문에 광고를 낸 것은 정말 아이러니다. ‘애플 대 인터넷 자유(Apple vs. the free internet)’란 제목의 광고에서 페이스북은 애플이 금년부터 적용하는 프라이버시 정책을 비판했다. “우리 광고 플랫폼의 도움을 받는 소상공인이 피해를 본다” 고 주장하며, 전 세계 모든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울 것을 천명했다. 이 표현은 일견 경제적 약자를 돕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페이스북이 애플의 수정 정책으로 개인화된 맞춤광고를 할 수 없어 광고매출이 반 토막 날 것을 우려한 결과다.

뉴욕타임즈는 이 전쟁에서 “어느 회사가 이기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인터넷의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데이터로 돈을 버는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헤게모니 쟁탈전이며, 데이터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경쟁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양질의 필요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다. 데이터 경제에서는 디지털 체계를 구동시키는 원료인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데이터는 과거 산업사회의 석탄이나 석유 같은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양질의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해서 더 새롭고 더 유용한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과 고객관리 영역에서도 변혁이 나타나고 있다. 고객의 관심과 요구를 정확히 잘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비단 마케팅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서도 주요한 의사결정과 분석 등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대체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5년 전부터 바둑계를 제패한 알파고(AlphaGo)는 바둑계의 통념을 깨트렸다.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 소셜 미디어의 뉴스 우선순위도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이 선정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도 뉴스 우선순위 선정을 AI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다.

이처럼 지금은 데이터가 자산이 될 뿐 아니라 삶의 기본 환경이 된 시대다. 그 누구도 데이터를 무시하거나 네트워크를 벗어나 살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나 알고리즘에 의존할 때 우리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더구나 데이터를 잘못 사용하면 개인과 기업은 물론이고, 나라와 인류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파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그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미 ‘인간이 신이 되는 시대’가 되었고, ‘데이터교’란 이름의 신흥종교가 나타났다고 했다. 이 종교는 전 세계에 수억 명의 신도들을 확보하였고, 인류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종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이터교’에서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신’이고 ‘데이터’가 말씀이다. 데이터교도들은 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믿지 않는다. 무엇을 공부할지, 누구와 결혼할지, 누구에게 투표할지 고민할 때 신이나 자기 자신에게 묻지 않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묻고 또 묻는다. 이렇듯 일상의 모든 일들을 인터넷에 의존해 결정하면 인간은 당연히 컴퓨터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신학자 김용규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우리의 갈 길과 살길을 가르쳐 주리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하라리가 예언한대로 그런 인간은 밥만 축내는 존재, 즉 ‘호모 유스리스’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해법으로 ‘온전한 가치’를 살려내는 일을 제안한다. 즉, 생명, 진리, 선함, 아름다움, 정의, 위대함과 같은 전근대적·신본주의 가치들은 물론이거니와 이성, 계몽, 혁명, 과학, 진보, 해방과 같은 근대적·인본주의 가치들, 그리고 상대성, 다양성, 개별성, 현재성 같은 탈근대적·개인적 가치들까지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가치들을 되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신론적 인본주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전 퓨리서치센터가 저명한 사상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0퍼센트가 넘는 응답자가 “2020년까지 인터넷 사용은 인간의 지능을 높일 것이며, 전례 없이 많은 양의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진 사람들은 더 똑똑해지고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바로 엊그제 그 2020년이 지났는데 우리가 과연 더 똑똑해지고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리고 2021년이다. 새해 첫날, 코로나19에서 완치된 국내 최고령 97세 황영주 할머니(경북 청도 거주)는 “아무리 고약한 병도 환자와 보호자의 절대 희망과 가족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최고 치료제는 ‘희망’과 ‘사랑’이라는 것이다. 데이터와 인터넷보다 사랑과 지혜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이끌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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