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
포장지
  • 승인 2021.01.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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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우리 모두는 '선물'과도 같은 존재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와 교류를 해나간다는 것은 나를 상대방에게 선물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라는 사람을 상대에게 선물하고, 상대방 또한 나에게 자신을 선물한다. 이렇듯 우리의 만남은 선물을 주고 받는 것과 같다.
선물을 할 때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선물을 예쁘게 포장하는 일이다. 포장을 예쁘게 하면 받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선물의 가치도 달라지기 때문에 요즘은 포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도 생겨났다. 그래서 우리도 상대를 만날 때 나의 표정과 옷차림, 말 등의 포장지로 예쁘게 싸서 상대에게 선물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사람을 만난다. 그럴 때 마다 '나'를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상대방이 받아서 기분이 좋은 선물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옷이라는 포장지를 감싸고 표정이라는 리본으로 매듭을 묶는다. 포장지에 해당하는 옷이 너무 남루하면 사람들은 먼저 시각적으로 내용물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체로 깨끗하고 단정한 옷으로 나를 감싼다. 그리고 이예쁜 리본을 묶듯 표정또한 이왕이면 어두운 표정보다는 밝은 표정으로 매듭을 묶는다.
속의 내용물이 좋다면 사람들이 잘 알아볼 수있도록 포장을 내용물에 걸맞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속에 내용물은 너무 괜찮은데 바깥의 포장지가 형편 없으면 사람들이 진짜를 몰라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겉의 포장지가 아닌 속의 진짜를 만나고 싶은데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걸 순전히 몰라본 사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행위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한번 맞춰봐"라며 겉과 속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은 본인이 생각할 때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감자가 꽃을 피울 때 하얀 감자는 하얀 꽃, 자주감자는 자주색 꽃을 피우듯 사람도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옷을 사러 가서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보기에 좋아야 발걸음이 옷 앞에 멈추는 법이다. '옷이 편하다' '나에게 맞다'라는 것은 며칠을 입어보아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옷을 며칠씩 입어보고 난 후 옷을 살수는 없다. 대충 걸쳐보고, 거울에 비춰보고 좋아보이면 선택한다. 알고보면 좋은 사람도 알고 볼 시간이 없어서 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를 알아갈 시간을 가지면 좋은데 그럴 시간이 없음이 안타깝다. 상대방이 나를 잘 알아 볼 수 있도록 나의 속 사람의 수준에 맞는 포장지도 필요한 법이다. "알고보면 참 좋은 사람인데 사람들이 나를 몰라본다."고 몰라본 사람만을 탓하지는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 알고 볼 시간이 없다.
내용물을 잘 전달하기 위한 포장지 선택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포장지 안에 담겨 있는 내용물이다. 포장지가 아무리 화려하고 예뻐도 포장지는 포장지일 뿐이다. 선물을 받으면 우리가 하는 행동은 대체로 이렇다. 먼저 포장지를 뜯는다. 누구는 과감히 뜯어내고, 누구는 차분히 뜯어내는 정도의 차이일 뿐, 포장지는 자기의 소임을 다하고 결국에는 벗겨짐을 당한다. 포장지가 뜯겨져 나가고 난 뒤 이후에는 속에 들어 있던 선물을 확인한다. 그러고 난 뒤 선물은 챙기고 포장지는 휴지통에 버려진다. 포장지가 예뻐서 버리기 아까울 수는 있지만 결국에 포장지는 찢기고 뜯겨 휴지통에 버려지는 신세가 된다. 포장지는 포장지일 뿐이다. 마지막엔 남는 건 포장지 속에 있는 진짜, 즉 내용물이다. 포장지는 진짜가 아닌 가짜에 불과하다. 화려한 포장지 안에 볼품 없는 내용물 만큼 실망스러운 것은 없다.
선물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주려고 했던 건 포장지가 아니라, 내용물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선물을 받는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도 포장지 안의 내용물이다. 포장지가 예쁘다고 따로 모으는 사람도 없고(있을 수도 있겠지만) 포장지를 뜯지 않은 채 선물을 확인도 안해보고 그대로 보관하는 사람또한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존재다. 그래서 우리의 만남이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이다. 예쁘게 나를 포장하여 상대가 기분 좋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받고 싶어하는 것은 포장지가 아닌 속의 진짜 '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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