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건, 우리가 찾고 있는 것
우리가 보는 건, 우리가 찾고 있는 것
  • 승인 2021.02.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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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우리는 모두 똑같은 하루라는 시간을 아침마다 선물로 받고 살아간다. 같은 해를 보고, 같은 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살아간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것을 보고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은 제각각 다르다. 즉,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아도 누구는 보고, 누구는 보지 못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인식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고 못 보고는 시력의 탓만이 아니다. 보고도 못 보고, 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뇌(腦)의 차이다. 그래서 본다는 것은 눈이 아니라 뇌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사람을 보고 누구는 멋있게 생겼다 하고, 누구는 '밥맛이다'라고 한다. 눈이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보기 때문이다. 누구의 눈에는 잘생긴 탤런트보다는 눈이 작은 개그맨이 더 멋있어 보이는 이유가 그렇다.
오가는 골목길에 고철덩이가 버려져 있다. '버려진 고철덩이'라는 현상은 하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 의해 여러 성질의 것으로 달라질 수 있다.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고철은 여러 성질로 바뀐다.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에게 고철덩이는 치우지 않으면 거리를 더럽게 하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재활용센터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의 눈에 고철덩이는 'kg에 얼마?' 하는 돈으로 신분 상승을 한다. 수레를 끌며 빈 박스, 빈 병을 모아 생계를 꾸리는 이웃들에게 고철덩이는 밥이고 연탄값이 된다. 그리고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가의 눈에는 고철덩이는 멋진 작품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 놓여도 우리는 그 상황을 모두 다르게 인식한다. 집의 기초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 세 명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라고 물었을 때 세 명의 답이 모두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은 하루 일당벌이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값진 노동을 하고 있다고 대답을 할 수 있다. 마지막 한 사람은 가족이 행복을 만들어갈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동일한 장소, 동일한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은 이렇듯 다를 수 있다.
보고도 보지 못하고 보지 않고서도 보았다는 건 과연 어떤 이유일까? 내가 보는 건, 정말 남들도 똑같이 보는 것일까?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나친 길가에서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였을까? 이유는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심리학에는 '전경과 배경'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찾고 있는 것, 주의를 기울이는 것, 의식이 머무는 것은 전경(前景)이 되고, 반대로 전경 외에 머무는 의식 밖의 것들은 모두 배경(背景)이 된다. 눈으로 보았다고 다 본 것은 아니다. 시선 안에 들어왔다고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당시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고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가에 의해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는 수 백 명의 까까머리 훈련병 속에서 한 번에 자신의 아들을 찾아낸다. 똑같은 굳은 표정의 얼굴과 똑같은 군복을 입은 군인 속에서 단번에 찾아내는 아들의 얼굴처럼 우리가 찾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되어 우리 뇌에 저장된다. 똑같은 모습의 수 백 명의 군인 속에서 아들을 찾아내는 엄마의 능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엄마의 사랑이다. 군대에 보낸 엄마의 마음속에는 온통 아들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은 수 백 명의 훈련병 속에서 전경이 되어 줌-인(zoom-in) 되는 것이고, 다른 훈련병은 배경이 되어 줌-아웃(zoom-out)이 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찾고 있을까? 행복을 찾고 있을까, 불행을 찾고 있을까,
행복을 찾고 행복 속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우리에게 행복을 보여줄 것이다. 그냥 지나쳤던 길목에서 우리의 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도, 성공도, 건강도 그것을 찾는 사람에게는 보일 것이다. 내 눈에 불행이 보인다는 것은 나의 무의식이 계속해서 불행을 찾고 있는 까닭이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을 잘 살펴야겠다.
가족이 만나 정을 나누는 설이다. 이번 설에는 가족에게서 서로 좋은 것을 많이 찾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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