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기생충
  • 승인 2021.02.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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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한국을 전 세계인에게 대중적으로 알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몇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일 것이다. 한때 외국인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은 "Do you know 강남 스타일?"이었다. 그러면 그 말에 화답하듯 외국인들은 말춤을 선보였다. 그렇게 한국을 알리는데 싸이는 일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요즘은 BTS(방탄 소년단)가 세계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BTS는 '스타의 스타'라는 말처럼 세계적인 스타들이 BTS의 팬이 되고 있다. 일명 연예인을 좋아하면 팬클럽이 형성되는데 BTS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팬덤(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 무리)이 형성되어 있다. BTS의 세계적인 팬클럽 '아미(Army)'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어 있다. 또 이들과 함께 한국의 위상을 높인 한 사람은 봉준호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의 위상은 세계 영화인들에게는 상당히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영화인이라면 모두 그를 존경하고, 그와 함께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은 감독이 되어 있다. 이제는 단순히 영화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화감독이라고 하면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Allan Spielberg) 감독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늘 신선한 소재로 우리 곁에 찾아오는 봉준호 감독, 나도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색다른 시선, 독특한 전개 방식, 남다른 표현방식이 난 참으로 마음에 든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봉준호 감독의 수많은 작품 중에 기생충이라는 작품으로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까지 총 4개의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이로 인해 영화인을 넘어 전 세계 일반인들에게 봉준호라는 사람을 알리고,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기생충을 얘기하다 보니 어릴 때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채변봉투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 흙을 만지고 놀던 우리 몸에 기생충도 함께 살았다. 기생충 알이 흙을 통해서, 채소를 통해서 우리 몸 안에 들어가서는 알을 부화시킨다. 그러면 몸 안에서 회충이 자라고 우리 몸에 기생하면서 우리가 먹는 영양분을 '야금야금' 뺏어 먹어 버린다. 그 결과 우리 몸에는 영양이 부족하게 되고 영양결핍으로 허연 마른버짐이 얼굴에 피곤했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도 대대적인 회충 소탕 작전을 벌였다.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되면 학교에서는 채변봉투에 변을 담아오라고 했다. 변에 회충이 있는가를 확인하여 회충의 종류에 따라 약을 주었다. 어린 우리도 채변봉투에 변을 담아가는 것이 부끄러운데 중고등학교 우리 누나들은 오죽했을까. 그런 탓에 누나들은 간혹 채변봉투를 주면서 초등학생인 내게 봉투를 주어 나의 변을 담아오라고 시켰다. 몇 번은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한 번은 나도 심술이 났는지 마당에 있는 똥개의 변을 담아서 누나에게 준 적이 있었다. 누나는 그것도 모르고 자기 이름을 적어서 학교에 제출했고 며칠이 지나고 결과가 나온 날 누나는 집에 돌아온 나에게 화를 냈다. "야이 자슥아~도대체 속에 뭐 들어있노, 누나가 오늘 선생님한테 불려 가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아나. 봉투에 회충약 가득 주더라." 누나가 받아온 회충약 한 봉지, 울 집 마당에 똥개한테 먹였는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추억이 아련하다.
기생충은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뺏어 먹는 벌레다. 한마디로 자기 삶을 위해 타인에게 기생(寄生)하며 타인의 것을 뺏어 먹는 존재다. 기생충(寄生蟲)의 기(寄)라는 한자어는 '기대다''의지하다''위임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다. 즉, 사람에게 기대고, 의지하여 자신 삶을 사람에게 위임하여 살아가는 존재다.
이런 기생하는 존재가 비단 기생충만이 아닌 우리 인간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도 얼마든지 있다. 아니 솔직히 내가 그런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내 삶은 타인에게 기대고 의지하여, 나의 주체성을 없애고 타인과 공동체, 혹은 종교 등에 위임하여 살아갈 때 나는 기생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임을 고백하며 기생(寄生)하는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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