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 해소되면 확신이 된다
의심이 해소되면 확신이 된다
  • 승인 2021.03.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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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의심과 확신이 반대의 말 같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확신에 있어서 의심은 상당한 역할을 한다. 확신의 씨앗이 의심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다. 우리가 가지는 확신, 그 시작에는 의심이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기꾼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전혀 사기꾼같이 안 생긴 사람, 하나는 누가 봐도 딱 사기꾼처럼 생긴 사람.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했을 때 보통은 사기꾼처럼 생기지 않은 사람한테 사기를 많이 당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해 안 되는 것은 누가 봐도 사기꾼처럼 생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할 때이다. 그것은 도무지 이해가 잘 안 된다. 말투며 눈빛이 전형적 사기꾼인데 어떻게 그에게 당한단 말인가? 의심이 충분히 드는데 어떻게 당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기꾼처럼 생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서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의아하게도 ‘의심(疑心)’ 때문이다. 의심을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그 의심이 해소되면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사기꾼들은 그걸 노린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더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서는 그 의심을 하나씩 해소시켜 준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심은 사라지고 확신이 남게 된다.

한 영화의 장면이다. 사기꾼 조직의 일원인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접근한다. 여자는 남자들이 모두 반할 미모를 가졌다. 그녀는 작전을 위해 그가 자주 다니는 카페에서 그를 기다린다. 남자가 나타났고 드디어 행동을 개시한다. 남자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급하게 남자와 고의로 몸을 부딪치며 넘어지는 시늉을 한다. 잽싸게 남자는 여자의 몸을 잡았고 넘어지는 여자를 두 팔로 감싸 안게 되었다. 이때를 틈타 남자의 품에 안긴 여성의 손은 재빨리 남자의 정장 안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훔친다. 넘어지는 여성을 잡아주는 매너 있는 남자쯤으로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해 보였다. 여자는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이고 남자는 괜찮냐며 여성을 걱정하며 별일 아닌 듯 뒤 돌아 걸어간다. 하지만 자리로 돌아온 남자는 자신의 지갑이 사라졌음을 인지한다. 좀 전에 화장실에서 여자와 부딪친 것을 떠올린다. 그리고 카페를 나가려는 여성의 팔을 붙잡으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어이 아가씨, 잠깐만” “나를 바보로 아나 본데 내 지갑”라며 여성에게 지갑을 돌려 달라고 얘기한다. 이 말을 들은 여자는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도둑년으로 생각하냐?”며 울려고 한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남자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가방을 줘봐요. 가방 안에서 내 지갑이 나오면 당신이 도둑이란 걸 알게 될테니까.”라며 강제로 가방을 뺏어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탁자 위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가방 안에 남자의 지갑은 보이지 않는다. 살짝 당황한 남자는 여자의 외투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옷 주머니를 확인시켜달라고 얘기한다. 여자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을 지으며 윗 옷을 벗어 주머니 안 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 뒤에서 카페의 직원이 이렇게 말한다. “저기요. 이거 손님 지갑 맞으시죠? 화장실 앞에 떨어져 있던데”라며 지갑을 건넨다. 기다렸다는 듯, 여성은 큰 소리를 내어 울어 버리고, 남자는 난감한 표정을 짓게 된다. 결국 사과의 뜻으로 여성에게 술을 한잔 사게 되면서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이후 여자는 남자와 가까워지면서 남자의 정보를 모두 캐내는 데 성공하게 된다.

의심이 해소가 되면 확신이 된다. 우리가 지금 누군가를 향해 가지고 있는 확신, 과연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디까지 와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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