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어려울 때의 지혜 - 이솝우화와 탈무드
<팔공시론> 어려울 때의 지혜 - 이솝우화와 탈무드
  • 승인 2009.02.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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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배재대학교 연구교수)

우연히 함께 배를 타고 있던 네 사람이 난파를 당해 어딘지도 알 수 없는 해변에 표류했다. 네 사람은 상인과 귀족과 왕자와 목동이었다. 살아남은 것에 기뻐한 네 사람은 처음에는 난파당한 그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모두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기로 마음먹었다.

네 사람은 각자 일을 분담하여 생존을 위한 노력을 개시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자 근본적인 인성과 평소의 습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인은 자기도 모르게 먹을 것을 가져오면 돈을 주겠다고 말하다 나머지 세 사람에게 비웃음만 당한다.

늘 뭔가를 시키기만 했던 귀족은 나머지 세 사람에게 명령조로 말하다 망신만 당한다. 경험이 부족했던 왕자는 의외였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 못한 건지, 어리석었던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이 신기하게 보여서 인지, 유난히 의욕을 보이며 주변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치고 싫증나고 화가 난 왕자는 급히 요청하여 구조선을 보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당연했겠지만, 네 사람 중 상황을 가장 냉철하게 판단한 사람은 목동이었다.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평소 사람이 없는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던 그는 나머지 세 사람을 상관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먼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만약 사람의 흔적이 있으면, 그것은 가까운 곳에 사람이 산다는 증거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직 밝을 때 그 흔적을 따라가면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주변에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상황이 새롭게 전개된다는 뜻이다. 장기적인 생존법을 생각해야만 했던 목동은 닥쳐올 밤을 대비하여 가능한 한 많은 마른 나뭇가지를 모았다. 산에 익숙했던 목동은 이곳의 밤이 추울 것이라 예상했다.

목동은 나뭇가지를 모으다 커다란 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이것은 큰 동물이 있다는 뜻이고, 큰 동물이 있다면 큰 동물이 잡아먹을 작은 동물과 물이 있다는 뜻이다. 작은 동물이 있다면 작은 동물이 먹을 나무열매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목동은 우선 해가 지기 전에 밤의 추위와 위험에서 몸을 보호할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른 나뭇가지를 모은 뒤, 목동으로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부싯돌로 모닥불을 피우고 나머지 세 사람을 불렀다. 난파당하지만 않았다면, 이목동을 겨들 떠보지도 않았을 세 사람은 존경심과 아울러 마음속으로 이목동을 자신들을 구출해 줄 지도자로 보기 시작했다.

유대인은 하나님에게 선택된 백성이라 할지라도 결코 편안한 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시련을 겪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선택받음과 우월함에 자칫 교만해질 수 있었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대인의 먼 조상 아브라함은 자식이 없었다. 정식 아내인 사라보다 몸종인 하갈에서 먼저 아들이 태어났다. 그 다음 사라에게서도 이삭이라는 아들이 생겼다. 본처인 사라는 하갈이 낳은 자식인 이스마엘이 거칠고 난폭하였기 때문에 하갈과 이스마엘을 집밖으로 쫓아내라고 졸랐고, 결국 하갈 모자는 물과 먹을 것을 조금 챙겨 집밖으로 쫓겨난다.

쫓겨난 하갈 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먹을 것이 떨어지고 물도 다 마셔버렸다. 더운 날에 아이까지 울어대자, 하갈은 견디다 못해 아이를 나무그늘에 내버리고 떠나려 한다. 그러자 하나님이 모습을 나타내고 하갈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하갈이여! 어찌 되었는가?”
하나님은 하갈 모자가 먹을 것과 물이 떨어졌음을 알았을 텐데 어찌하여 “어찌 되었는가?” 하고 어리석게 물었을까? 하나님은 그렇게 말하여 그녀의 눈을 뜨게 했고 그녀는 그곳에 우물이 있음을 발견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눈이 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눈앞에 매우 소중한 것,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기회를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있다. 하나님이 “어찌 되었는가?” 하고 아주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진 까닭은 그녀가 우물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을 때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주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복할 수 있는 동기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자신 가까운 곳에, 손이 닿는 곳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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