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천은 가방·안전벨트는 끈…쓰레기, 가치를 입다
방수천은 가방·안전벨트는 끈…쓰레기, 가치를 입다
  • 류지희
  • 승인 2021.03.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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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디자인 기행] 업사이클
‘새활용’이란
업그레이드+리사이클 합성어
버려진 자원 활용 새 제품 창출

업사이클링디자인제품들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을 추구하는 업사이클링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다양한 업사이클링 디자인 제품들.

업사이클링 제품이 처음 공개됐을 때 국내 반응은 차가웠다. ‘업사이클링은 쓰레기로 만든 제품’이라는 이미지와 평가를 들으며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점차 패션·리빙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연 순환에 도움을 주는 가치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로써의 가치를 너머 미래지향적인 대체 산업 중 하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버려지는 자원들이 늘어나고 지구환경문에 대한 심각성과 적신호가 더욱 짙어지면서, 불과 몇 년 전 붐을 일으켰던 재활용 디자인에 다시 새바람이 불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업사이클(up-cycle) 디자인 미래에 대한 기대와 지원이 커지고 있다. 재활용이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라면, 업사이클(up-cycle)은 ‘upgrade’와 ‘recycle’이 합성어로 재활용이 업그레이드된 개념의 것이다. 즉, 버려진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만드는 것, 우리말 버전으로는 ‘새활용’이라고도 부른다.
 

프라이탁 가방
사용하고 폐기한 천막지, 안전벨트 등을 활용해 만든 프라이탁의 가방 제품들.

 

‘온리원’ 상품 만드는 프라이탁
타폴린에 인쇄된 그래픽 살리고
세탁부터 재단까지 사람 손으로

‘업사이클링 디자인’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업싸이클링 대표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은 트럭 위에 씌우던 폐방수천을 떼어내어 가방 바디를 만들고 폐차에서 가져온 안전벨트로 가방끈을 만들며, 자전거 바퀴 튜브를 떼어 접합부에 활용하였다. 폐기물을 새롭게 활용한 것도 새로운 점이지만 그보다 그들을 주목하게 했던 것은 타폴린의 그래픽을 활용한 프라이탁만의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단순히 버려지는 폐품을 재활용한 차원을 뛰어 너머 하나의 브랜드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프라이탁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디자인, 스타일, 견고함으로 선택받고 있다. ‘산업’에서는 프라이탁의 가방의 재료가 되는 타폴린과 바로 그 재료로 만들어진 똑같은 그래픽의 가방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프라이탁2
재활용 가방제품으로 유명한 프라이탁의 제품 제조과정 모습.

프라이탁은 가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 하지만, 사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독특한 소재와 냄새 때문에 투박하기 짝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 가방에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열광을 하고 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세척된 천을 하나하나 잘라내는 것부터 시작하여 모든 과정들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탁된 천에 붙어있는 상호명과 전화번호 등의 기존에 흔적들이 모두 디자인적 요소로 그대로 활용이 되기 때문에 그 상품마다의 개성이 존중되며, 재단사가 곧 가방디자이너가 되는 재밌는 시스템을 가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군용 텐트천을 활용해 가방이나 지갑 등의 소품을, 일본에서는 폐타이어로 가방을 재탄생시켜 판매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지구환경과 독특한 개성을 모두 겨냥한 디자인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싸이클링 제품은 재료마다 모양이나 흠집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모양이 같은 건 없어 나만의 물건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공장이 아닌 사람이 일일이 재료를 분류하고 직접 만들기 때문에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지구환경 및 제품 자체의 특수성에 대한 신뢰와 그 가치를 인정하는 마니아층들에게는 특히 더 사랑받고 있다.

우리는 바이러스시대의 도래로 인해 보다 앞당겨진 지구환경문제와 어찌해서든 동거동락하며 해결책에 대한 실행을 강구해야하는 삶이 시급해졌다. 그렇다면 업사이클링산업의 활성화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연보호 앞장 서기
재료 확보에 대한 고민 덜어 줄
소재은행·도서관 등 건립 필요
다분야로 소재상품 확대·적용
소재 사용주기 늘릴 연구해야

‘연구’에서는 업사이클 전문 디자이너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소재 확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사이클 소재은행과 소재도서관 및 소재박물관을 제안한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재료들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디자이너들은 소재도서관과 소재박물관을 통해 소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소재은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소재를 공급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디자인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재 국내외에는 디자인에 대한 다수 정보와 소재를 열람해볼 수 있는 도서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디자인 도서관인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도 그 중 하나이다. 세련된 외내관과 분위기로 누가 보아도 디자인 관련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꼭 자료가 아니더라도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앉아 자신이 속한 세련된 공간에서 풍기는 문화적 냄새 자체를 향유하기도 한다. 즉 도서관 간판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어쩐지 존 버거의 말처럼 광고 메시지에 권위를 더하기 위해 문화를 이용한 이미지를 파는 상업시설의 느낌이 더욱 짙게 느껴져 실용성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실질적으로 소재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들에게 보다 열려있는 진짜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것 역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미래 환경을 위해 가져야할 궁극적인 목표는 업사이클링 문화와 소재상품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필자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스튜디오 중 하나는 이집트 카이로의 리폼 스튜디오이다. 이 스튜디오는 나일강을 오염시키는 주범 중 하나인 비닐봉지를 얇게 자르고 직조해서 플라스텍스(Plastex)라는 원단을 만든다. 정식 원단 인증을 받아 자체 제품을 제작할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이 버려지는 소재의 사용 주기를 연장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기업의 성공적 본보기라고 본다.

업사이클링은 이제 ‘재’활용이 아닌, ‘새’활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버려지는 것을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을 넘고 재활용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업사이클링을 넘어 우리 곁에 온 ’새활용‘이 지구환경과 업사이클링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삶의 방식을 전환시키는 새로운 발판이 되길 바라본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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