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지능(2) - 새들도 생각한다
새들의 지능(2) - 새들도 생각한다
  • 승인 2021.03.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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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입에 올리기가 좀 거북하지만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대충 해치우는 경우에 ‘닭대가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속어인 이 말의 바탕에는 닭에 대한 비하와 더불어 새들은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화론 관점에서 볼 때에 조류는 매우 성공적인 분류군이라고 합니다. 지상의 6만 3,000여 종의 척추동물 가운데 어류 3만 4,000여 종 다음으로 조류가 1만 종을 차지하고 있어 포유류 5,400여 종보다 곱절 가까이 더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조류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다른 육상생물이라면 살아남기 힘든 곳에서도 잘 살아갑니다. 조류들은 먹이를 찾아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갑니다. 따라서 조류들은 몸을 가벼이 하기 위하여 머리의 크기를 작게 하고 이빨도 버려야 했을 것입니다. 뼈도 대롱뼈로 바꾸었습니다.

이처럼 조류들은 적응 체계에 맞추어 여러 가지 능력을 발전시켜야 했습니다. 지적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들의 지적 행동이 처음으로 관찰되고 기록된 곳은 20세기 초 영국이라고 합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가까운 목장에서 짠 우유를 병에 담아 각 가정의 현관 앞에 배달하였습니다. 배달하고 곧 소비되기 때문에 포장은 둥글게 오린 종이를 덮거나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는 간단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박새가 이 우유의 마개를 부리로 쫀 뒤 우유 위에 고여 있던 크림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우유가 배달되자마자 바로 집안으로 들여야 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박새는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배달되기가 무섭게 날아들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20여 년의 뒤 1947년에는 전국 각지에서 이러한 행동이 관찰되었습니다. 바로 ‘사회적 학습’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는 동남아의 한 원숭이가 실수로 고구마를 바닷물에 빠뜨렸다가 건져먹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원숭이들이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더라는 현상과 상통한다 하겠습니다.

박새의 사회적 학습 효과는 한 살짜리 어린 암컷 박새가 어른새보다 곱절은 잘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컷 가운데는 지배적인 수컷보다 하위 수컷이 더 빨랐다고 합니다. 이는 새들에게 일종의 문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지금까지는 추론하는 능력이 사람과 영장류에게만 발견되는 특성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회색앵무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동물행동학자들은 회색앵무를 상대로 먹이를 넣은 상자를 흔들어 소리가 나는 쪽에 먹이가 있음을 확인시켰습니다. 그리고 회색앵무의 반응을 살폈더니 대부분이 소리가 나는 쪽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뒤, 빈상자만 흔들어보였을 경우 반응을 살폈더니 아직 흔들지 않은 다른 상자에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바로 흔들지 않은 쪽에 먹이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추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회색앵무에게는 이처럼 단서뿐 아니라 ‘단서 없음’으로부터도 결론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분석된 것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비둘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일부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직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새들에게는 훨씬 뛰어난 다른 능력이 많이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유인원 가운데에 침팬지는 인간의 DNA와 99%가 같고 지능은 2~3세 어린아이와 비슷해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런데 까마귀의 지능도 침팬지와 거의 맞먹는다고 합니다. 까마귀의 일종인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침팬지처럼 도구사용이 자유자재라고 합니다. 나무 구멍 속 벌레를 꺼내는데 부리로 나뭇가지를 집어 사용하기도 하며, 숨겨둔 먹이의 종류를 기억해서 골라 먹거나, 다른 까마귀들을 속이는 속임수까지 쓰기도 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함부로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고 해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숨겨진 재능을 가진 이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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