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외친 김상조 ‘불공정’으로 무너져
‘공정’ 외친 김상조 ‘불공정’으로 무너져
  • 강나리
  • 승인 2021.03.2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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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전세 보증금 대폭 올려
사의 밝히자 바로 경질
후임 정책실장 이호승
청와대에서 부동산 현안과 정책을 총괄해 온 김상조 정책실장이 돌연 낙마했다. 임기말을 앞둔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가 부동산 파동의 수렁에 더욱 깊이 빠져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전 김 전 실장이 사의를 밝히자 이를 곧바로 수용하고 후임으로 이호승 정책실장을 임명했다. (관련기사 참고)

전날 김 전 실장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의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려 받은 일이 보도돼 논란이 빚어진 지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김 실장은 전·월세 상한제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주도한 상징적 인물로 꼽혀왔다.

지난해 말 김 전 실장이 사의를 표했을 때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19 방역 등 현안이 많아 정책실장을 교체할 때가 아니다”라며 반려했을 때와 사뭇 다른 조치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를 보는 국민 여론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김 전 실장이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옹호론도 있었으나, 여론은 정책을 만드는 고위공직자가 자신만 손해를 피하려 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 쪽으로 기울었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었고, 뒤이어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90년대부터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 왔으며, 특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비판해 “삼성 저격수”, “삼성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행보로 박영선, 박원순과 함께 재벌개혁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을 감싸거나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눈앞에 닥친 4·7 재보선에 타격을 주는 것을 넘어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국정과제로 내건 ‘부동산 적폐 청산’의 추진력 자체를 망가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은 결국 측근을 과감히 버리는 속전속결 교체 인사로 부동산 개혁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임기말 최소한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에는 문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내놓는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예정돼 있었다.

범부처 장관들 앞에서 청와대 입장을 대변해야 할 정책실장이, 그것도 하필이면 민심의 역린인 부동산 문제로 갑작스레 경질되자 청와대 참모들은 하나같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탄식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선 부동산 악재를 타개하기 위한 범부처 대응체계에 시동을 걸자마자 스텝이 꼬였다며 망연자실해 하는 분위기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호승 신임 실장이 그동안 김 전 실장과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혼란을 조기에 수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나며 “크나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다행인 것은 이 신임 실장이 탁월한 능력과 훌륭한 인품을 가져 제가 다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창준기자 cjc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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