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장관의 지록위마(指鹿爲馬)?
박범계 법무장관의 지록위마(指鹿爲馬)?
  • 승인 2021.03.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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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도대체 왜 법무부장관이 검찰을 빈껍데기로 만들려 할까? 법무부는 검찰, 교정, 출입국관리가 주요 업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에 정려(精勵;힘을 다해 노력)해야 맞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중반부터 법무부가 이상해졌다. 검찰을 형해화(形骸化)하려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윤석열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우리 총장님” 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고 했는데 막상 윤총장이 청와대 관련 ‘울산시장부정선거 의혹 사건’ 등 산 권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한 게 화근이 되었다. 조국, 추미애, 박범계 내리 3명의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검찰 죽이기에 나섰다. 건국 후 73년 동안 5번의 법무부장관의 ‘검찰수사지휘’ 중 4번이 문재인정부에서 일어났다. 불행한 것은 4건 모두가 증거가 없거나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내린 박장관의 ‘수사지휘’는 참으로 아리송하다. 이름도 참 어려운 ‘한명숙모해위증교사’다. 사기혐의로 중죄를 받고 수감 중인 재소자의 진정서 한통에 여권 국회의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것부터가 요상했다. 한술 더 떠서 일국의 법무부장관이 사기범죄자의 말만 믿고, 문재인정부의 검찰을 못 믿겠다며 수사지휘와 감찰조사까지 엄명한 상태다. 아무리 한 전총리가 친노의 대모라 하지만 이건 너무 한 것 아닌가? 명확한 증거에 의해 징역2년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했는데 또 헤집고 나서면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이제 국민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검찰개혁’을 믿지 않는다.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바꾸는 것이 ‘개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개혁에 알레르기 반응을 한다. 도가 지나쳐도 유분수지 심지어 사법부의 재판결과를 두고도 “사법개혁”운운할 정도다. 아무래도 국회의원 수가 3/5을 넘었기 때문에 무슨 법이든 맘대로 제정하고, 바꿀 수 있는데다 대통령을 제외하고 누구든지 탄핵소추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국민들은 TV를 켤 때면 박범계장관이 또 무슨 궁색한 언어의 유희를 할까?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권력에 취하면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일까? 법을 도외시하는 법무부. 오죽하면 엉터리 ‘수사지휘’를 할 바에야 법무부의 이름을 바꾸든지 간판을 내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준사법권을 행사하는 검찰은 중립이 생명이다. 그런데 정치인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마다 “감 놔라 배 놔라”하면 사법정의는 물 건너 간 것과 다름이 없다. “장관이기에 앞서 민주당의 국회의원이다”는 박장관의 발언은 검찰중립과 수사를 막는 걸림돌이기에 충분하다.

여기다 자기진영에 불리하면 모조리 ‘적폐’로 낙인찍기에 바쁘다. ‘적폐낙인정부’로 명명해야 할 판이다. 윤총장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대통령을 수사하여 구속할 할 때는 여권전체가 환호했다. 그런데 “개인에 충성하지 않고 헌법정신에 따라 일하겠다”는 신념에 화들짝 놀란 것 같다. 급기야 조국 전장관을 불러내어 ‘검찰개혁’이라는 카드로 검찰의 무력화(無力化)에 나섰다. 막상 큰칼을 뽑았으나, 자신의 불법(자녀 입시비리 등)이 들켜 물러나야 했다. ‘조로남불’의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뒤이어 등판한 추미애장관은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에 이어 징계까지 몰아붙였으나 양심 있는 법관의 판결로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이 정도 되었으면 자성하고 바른 법무행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 게 법치주의고 민주주의다.

그런데 이게 뭔가? 루이스 캐럴이 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이들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와 유머들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요즈음 ‘이상한 나라의 박범계법무부장관’은 이상한 억지 논리로 검찰형해화에 나서고 있어 국민들의 짜증과 분노를 자아낸다.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사기범죄자의 말은 철석같이 믿고, 엄정중립으로 자신을 던지고 있는 검찰에게 살점을 다 드러내는 고통을 줘서야 되겠는가?

더 기가 찬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중요수사 6개 부문을 남겨 놓고 경찰에 수사권을 다 넘겼는데 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들고 나왔다. 정파(政派)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면 나라는 어쩔 셈인가? 청와대관련 ‘월성 원전 수사’가 그 이유라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을 막을 시스템이 붕괴될 것 아닌가? 여기다 권력의 그늘에 있는 정치검사들 중에서 검찰총장이 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대상자는 자제해야 옳다. 역사를 거슬러 가보면 진나라는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다”고 한 고사성어)’로 멸망했다. 설마 박장관이 ‘지록위마’? 아니다. 하지만 ‘지월위혁(指月爲革;달을 가리키며 “개혁”이다)’이란 신조어가 나돌 정도로 정의롭지 못한 것은 맞다. 무법자들이 횡행하면 정권이 무너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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