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위로
넘어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위로
  • 승인 2021.04.0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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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어떤 사람이 사기를 당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
"사기를 친 사람이 잘못일까요?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잘못일까요?"?내가 원했던 대답은 "사기를 친 사람입니다."라는 대답이었다. 하지만?돌아오는 대답은?"사기당한 사람 잘못입니다." 혹은 "둘 다 똑같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 대답을 듣고 있자니 참 씁쓸하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듣고 있는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진짜로 사기당한 사람이 잘못일까? 사기 친 사람과 사기당한 사람의 잘못이 비슷한 수준일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의 마음을 믿었던 한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잘못일까? 정말 그런가?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다. 만약 누군가 뺑소니를 당했을 때 뺑소니치고 달아난 사람을 욕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고 뺑소니 당한 사람보고 "잘 보고 다니지 않은 네 잘못이 더 크다"라고 다그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변하고 있다.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변하고 있다. 요즘 세상은 사기를 친 사람이 "다시는 그러면 안 되겠구나."라고 반성하지 않고 당한 사람이 "다시는 사람을 믿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마음으로 변하고 있다. 그냥 이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는 나도 안 믿고, 너도 믿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해 가고 있다.
요즘은 낯선 누군가의 친절이 더 이상 고마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본다.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저 사람이 왜 나한테 친절하지? 분명 내게서 무언가를 뺏어가려고 하는 나쁜 사람일 거야."라는 의심부터 한다. 친절한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오해받기 딱 좋은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친절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앞으로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한다면 "나 착한 사람이요" 하는 '착한 사람 증명서'라도 목에 걸고 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데, 반면 사기 친 사람은 어떨까? 그들은 전혀 변하려 하지 않는다. 정말 변해야 하는 사람은 사기를 친 사람인데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그 이기적이고 악한 마음이 변해야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믿는 순수한 마음이 변해선 안 되는 법이다. ?
요즘은?사기 친 사람은 아주 당당하다. 왜일까? 그 이유는 욕하는 사람이 없으니깐!! 주위 사람들이 사기당한 사람을 욕해주니깐!! 그 사람도 주위 사람들 무리 속에 들어가서 마치 자기는 구경꾼 인양 그 상황에서 쏙 빠져나와 함께 손가락질하며 "어리석은 놈아"하고 욕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기를 친 사람은 더 이상 살던 마을에서 살아갈 수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 모두 사기 친 사람을 욕했기 때문에 사기를 친 사람은 부끄러워서 그 마을을 떠나야 했다. 흔히 쪽(얼굴)이 팔려서 얼굴 들고 다니기 부끄러워 살 수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사기 친 사람을 욕하고 사기를 당해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해주었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사기를 친 사람은 당당히 보란 듯이 살아간다. 심지어 지혜롭고 영리한 사람으로 생각하기까지 한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웅성거림이 부끄러워 살던 곳을 떠나거나 심지어 자살까지도 생각한다. 변해야 할 것은 변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은 누군가 고의로 발을 걸어 넘어져 울고 있는 사람을 밟고 지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좀 배웠다고 머리로 그를 가르치려 하지도 말자. "네가 사기를 당한 까닭은 네 속에 사기성이 있기 때문이야. 결국 네가 너를 사기 친 거지."라는 간디 물레 돌리는 소리 같은 가르침은 뒤로 좀 미루자. 지금은 넘어져 아파하고 있는 사람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위로해주자.
넘어진 사람, 손잡아 주지는 못할망정 밟고 지나가지는 말자. 넘어진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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