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무궁무진한 내적 변화의 궤적…봉산문화회관, 김석화 개인전
반달, 무궁무진한 내적 변화의 궤적…봉산문화회관, 김석화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1.04.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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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인간 속성 ‘반달’ 비유
형태 구분하기 어려운 표상 다수
상처 안고 사는 우리 모습 일깨워
김석화작-먼곳에비친달
김석화 작 ‘먼 곳에 비친 달’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을 때 한 소절의 노랫가락이나 작은 그림 한 장으로 위로받고 떨쳐 일어 날 때가 있다. 예술은 메마른 영혼에 내리는 한 줄기 단비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는 마음 속 폭풍을 단숨에 잠재우고 새살을 돋게 하는 치유와 위안의 기도다.

작가 김석화에게 그림은 마음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다.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가슴 속 불덩이를 잠재우는 순수와 평안의 전령사이자 무한한 자유의 세계로 이끄는 수호신이다. “내게 예술은 세상 모든 이의 행복을 소망하는 상징이자 어둠 속의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다.”

김석화의 마음을 밝히는 희망의 수호신은 ‘반달’이다. 화면에 반달을 올리고 또 올려서 마침내 화면을 반달의 고요로 가득 채운다. 수많은 소재들 중에서 왜 ‘달’ 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에 작가는 “달이 머금은 안정감과 신뢰감”을 언급했다. “달은 변하지 않고 항상 밤하늘을 지킨다. 나는 달의 그 항상성에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발견한다.”

분명 반달이라고 하였지만 화면은 보름달의 축제마당이다. 반달 대신 수많은 보름달들이 서로의 몸을 기대로 온기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형태 또한 반달과 반달의 겹칩으로 만들어진 온달이다. 반달에 대한 힌트가 살짝 드러나는 지점이 없지는 않은데, 반달과 반달이 만나 온달이 되는 경계지점이다. 그 지점에 경계선이 존재한다. 작가는 반달을 불완전한 인간에 은유했다. “온달은 불완전한 인간의 속성을 대변한다. 불완전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온달을 그리면 괴리가 생긴다. 나는 나를 닮은 반달에게서 재미와 위안을 느낀다.”

일명 ‘반달’ 작가로 존재감을 알린 것은 2017년 첫 개인전 때였다. 단체전에 간헐적으로 반달을 출품했지만, 반달로 바라본 그녀의 세계관을 온전하게 표출한 것은 첫 개인전 때였다. 현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4회 개인전까지 거치면서 그녀의 반달은 확연한 변화를 거쳤다.

첫 개인전에서는 다채로운 색들로 다양한 방식으로 화면에 반달과 반달을 붙인 온달로 채웠다. 2회 개인전에서 그녀의 반달이 변했다. 달의 귀퉁이에 찢겨진 생채기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반달의 색상이 보색대비로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그녀는 변화에 대해 “일상에 대한 탈출이자 새로운 시작의 선언”이라고 의도를 밝혔다.

더 많은 상처를 표현한 3회 개인전을 거쳐 이번 4회 개인전에는 달을 언급하지 않으면 존재조차 희미해질 정도로 달의 일부만 남기고 뜯어냈다. 2회 개인전에서 최소한의 면적만 찢어냈다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최소한의 공간만 남기고 달의 많은 부분을 뜯어냈다.

“나는 이것저것을 그리기보다 ‘반달’로 선택과 집중을 하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단순할 것 같은 ‘반달’이지만 파고들면 무궁무진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중심 재료는 한지다. 한지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반달 모양의 한지를 올리고 색을 칠한 후 뜯어낸다. 반달을 뜯어내는 이유는 상처가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이치와 일맥상통한다. 뜯어내면 에너지가 생긴다. 이번 전시에는 한지와 함께 나무판과 거울지를 사용했다. 거친 나무판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거울지를 붙이고 칼로 거칠게 긁어 생채기를 냈다. 차가운 블루가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 ‘코로나 블루’에서는 코로나 19로 지쳐가는 사회상을 녹여내기도 했다.

“반달의 내 내면에 대한 표출이다. 나의 내면이 변화를 거듭하듯 반달로 변화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끊임없이 내면을 직시하며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을 이미지로 올린다. 내가 모르던 내 안은 낯선 이미지들을 발견하는 행위들에서 재미를 느낀다.”

가난한 이들의 친구로 살다간 고 정일우 신부는 인간을 “깨진 꽃병”에 비유했다. “우리 모두는 깨어진 꽃병으로 삐죽이 드러난 상처를 안고 산다”는 의미였다. 정 신부가 깨진 꽃병을 정성스럽게 붙이며 세상을 위로했듯, 김석화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자각하고 들여다보며, 반달을 매개 내면의 깨진 꽃병 조각을 조심스레 끼워 맞춘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세상과 소통한다.

“깊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달은 우리를 무한한 우주로 이끌고 그 속에서 끝없는 상상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나는 끊임없이 달을 그리고 오려내는 행위를 통해 답답한 일상 속 마음을 해방시킨다.” 전시는 18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제2전시실에서.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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