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힘
정리의 힘
  • 승인 2021.04.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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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정리하는 것도 힘이 필요하다. 힘이 있어야 정리를 할 수 있다. 정리하는데 힘이 들지만, 정리하고나면 새로운 힘이 생긴다. 정리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온통 아들에게로 향했던 시간들이 끝났다. 이젠는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꾸려가야 할 것이다. 계획을 세우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지만 계획대로 하지 못하는 아들에게 충고를 했다. 계획을 세워놓고 계획대로 하지 못해 무기력감에 빠지지 말고, 오늘, 지금 당장 할 일을 찾아보고 하라고 말이다. 우선 정리가 안 된 방부터 정리하는게 어떻겠냐고 건의를 했다. 그랬더니 아들은 밖으로 나가면서 자기방 청소를 해달라고 했다. 바닥에 떨어진 옷은 치우고 말이다. 늘 바닥에 널부러진 옷들과 어지러운 물건들로 방청소를 안 해 주었다. 자기 스스로 정리하길 바랬는데, 말만 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청소기로 밀고, 물걸레로 닦아주었다. 책상위에 놓여있는 화분을 책장 맨 아래칸으로 옮겻다.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아 말라 있었다. 가습효과가 있도록 물을 가득 부어 주었다. 필요 없어 보이는 종이는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책상 옆에 책장도 어지러워 종류별로 분류하여 물건들을 정리했다. 침대 위에 이불은 침대 밖으로 반이 나왔다. 어떻게 잠을 자고 일어났길래 이런 상태가 되는지 늘 궁금했다. 이불을 걷어내어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세탁 해 놓은 새 이불을 깔았다. 산뜻했다. 긴 책상 한 켠은 모니터를 놓고, 반은 비워두었다. 언제든지 책을 펴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기분이 상쾌했다. 아들이 이 상태로 잘 유지만 해주면 계속 깔끔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도 환한 웃음을 띄며 좋아했다. 잘 정리된 방에서 생각도 잘 정리하고 지금 할 일을 찾아서 건강하게 생활했으면 한다. 최근에 집을 정리해주는 방송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면서 우리 집 곳곳을 주말 동안 짬짬이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화장실 수납장, 옷장, 거실 수납장 속에 질서 없이 모여 있는 물건들을 가지런히 분류하여 정리했다. 안 쓰는 물건, 못 쓰는 물건, 보관만 하고 있는 물건들은 과감하게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 주말이면 늘 누워 있고, TV를 보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정리를 하면서 주말이 달라졌다. 정리하는데 필요한 힘이 생겼다. 충분히 가능한 10~20분 정도만 시간을 들여 정리하기로 했다. 한꺼번에 무리하게 힘을 들이지 않고, 여러군데를 하지 않고 조금씩 하니까 가능했다. 정리하고 나서 깔끔해지고, 넓어진 공간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고 힘이 솟았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비싼 집의 공간을 쓰레기를 쌓아놓고 살고, 자꾸 새 것에만 욕심을 냈다. 쌓인 물건이 있는데도 주말에 휴대폰을 만지다가 쇼핑을 한다. 하나를 구매하는 그 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버릴 수 있는 힘으로 비우고, 빈 공간을 새로운 물건으로 채우지 않고, 좋은 경험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켜준 tv프로그램도 보았다. 시간을 아까워 하고, 내 시간이 없다고 투정하면서도 정작 시간이 있으면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앞섰다. 소비함으로써, 돈을 씀으로써 느껴지는 작은 희열때문이었을까? 현실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마음도, 머릿속도, 사람도 정리를 해야겠다. 복잡하지 않게, 시끄럽지 않게,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기로 했다.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 물건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더 좋은 소비일 것이다.

정리를 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정리하는 힘이 생겼다. 정리하고 하니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힘도 생겼다. 이것이 정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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