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도 똑바로 하세요
교통지도 똑바로 하세요
  • 여인호
  • 승인 2021.04.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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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교통지도 똑바로 하세요.”, “예, 미안합니다.”

“이거 학교 위신 문제입니다”, “예예, 미안합니다.”

“제발 좀 똑바로 하세요. 버스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요.”, “아 예예, 미안합니다. 잘 지도하겠습니다.”

버스기사가 영호 앞에 정차를 하고 앞문을 열더니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소리를 칩니다. 영호는 반백이 된 머리를 연신 조아리면서 ‘미안합니다’를 연발합니다. 영호는 마스크 때문에 얼굴 표정을 감출 수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21년 3월 18일 목요일 아침에 교대부초 교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교대부초에서 직선거리로 300미터 이내에 초등학교 두 곳이 있습니다. 도로는 대부분 스쿨존입니다. 학교 부근에 택지개발과 현풍 방면의 터널 공사가 끝나고 학교 주변에도 교통량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2021년 4월 1일 기준으로 교대부초 학생은 437명입니다. 아침에 등교할 때 승용차나 승합차를 이용하는 학생이 360명으로 80 퍼센트가 넘습니다. 현실적으로 스쿨존에 잠깐 정차를 하는 것은 누구나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교문에서 왼쪽으로 버스 승강장까지 50여 미터의 절대주정차 금지구역에 주정차를 하는 것입니다. 왕복 4차선 도로에서 1차선은 좌회전 차선입니다. 2차선에서 인도와 가깝게 차를 정차를 해도 버스 등의 조금 큰 차는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출근 시간과 겹치는 등교 시간이 제일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차에서 내려서 2차선과 인도 사이의 좁은 찻길로 길게는 20여 미터를 빠져나오는 것도 매우 위험합니다.

학교에서 스쿨존에 대한 안내문, 동영상 홍보 등을 하고, 학반 담임도 자주 안내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민원이 발생합니다. 2021년 3월 19일 금요일에 영호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클립보드 앞에는 주정차 차량번호를 적을 수 있는 A4 종이를 많이 끼웠습니다. 뒷면에는 ‘스쿨존 주정차 금지’라는 글자를 붙였습니다. 3일 동안은 주정차 차량의 뒷자리 번호 4자리만 적었습니다. 평균 20여 대가 주정차를 합니다. 10여 대는 매일같이 주정차를 합니다.

3월 24일부터는 차에서 내린 아이가 교문까지 오면 부탁을 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아침은 먹었니? 누가 차를 태워주니? 내릴 때 뭐라고 인사를 했니? 내일부터는 버스 승강장 위나 교문 아래쪽에 잠깐 차를 세우고 내리면 좋겠구나. 나오는 길이 굉장히 위험하고, 버스 등 큰 차들이 빠져나가지 못해서 학교로 전화도 많이 온단다. 부모님께 말씀 잘 드려주세요. 부탁합니다. 공부 재미있게 하고.” 학반이나 이름은 묻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교장 선생님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봐요?”, “예, 제가 기분이 좋아 보여요?”, “예, 기분이 아주 좋으신 것 같아요.”, “허허, 오늘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오늘은 교문 위쪽 스쿨존에 차를 세우신 학부모님이 한 분도 없었습니다.”, “애쓴 보람이 있네요.”, “예, 다 덕분입니다.”

2021년 3월 30일 화요일에 등굣길 아이맞이를 마치고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크게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힐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역지사지, 여러분들은 어떻게 실천하시는지요?



김영호<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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