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패러독스 경영과 정부 규제
[배종태 경영칼럼] 패러독스 경영과 정부 규제
  • 승인 2021.04.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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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우리는 지금 급속한 변화와 불확실성, 그리고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의 지혜와 성공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코로나 19 팬데믹과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의 진전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시대에는 기업들도 환경변화에 부응하여 전략과 경영방식을 새롭게 재검토해야 하며, 정부도 정책과 규제에 대한 기본 관점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혁신적인 기업의 핵심 특성을 초점 있는 경영, 조직 응집력, 정도 경영, 높은 적응력, 기업가적 기업문화, 즉각 현장대응체제 등 6가지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앞의 세 가지는 기업이 ’구심력‘을 가지고 기존의 장점들을 잘 살리면서 유지해야 할 것은 잘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뒤의 세 가지는 기업이 ’원심력‘을 통해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실행을 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기업이 지속성장하려면 서로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구심력과 원심력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패러독스 경영이 필요한 시대

과거에는 기업의 전략 대안이 양자택일인 경우가 많았다.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탁월한 제품을 만드는 차별화 전략을 택할 것이냐, 아니면 품질은 기본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경쟁자보다 가격을 싸게 하는 저원가 전략을 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기술혁신,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통해 가격은 더 싸고 품질과 성능도 더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업의 목표도 이제는 경제적 가치 창출과 이익 극대화에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고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업의 비재무적인 성과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가정신도 사실 패러독스처럼 보인다. 기업가들의 큰 성공의 뒤에는 많은 실패의 경험들이 있다. 내가 돈을 벌려면 먼저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이익을 보게 해주어야 한다. 지나친 단기적 성과 추구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처럼 경제적 가치 창출과 사회적 가치 창출, 구심력과 원심력, 차별화 전략과 저원가 전략, 성공과 실패, 창의성과 생산성 등 서로 상충되어 보이고 양립이 어려워 보이는 여러 목표와 요소들을 동시에 달성해가는 경영 방식을 패러독스 경영(paradoxical management)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패러독스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당면한 환경 변화와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을 함께 볼 수 있는 ‘넓은 시야’와 모순을 더 이상 모순으로 보지 않는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는 동시에 해결할 수 없었던 사안들이 이제는 기술혁신과 규제완화를 통해 풀리게 되기도 한다.

패러독스 경영은 역설적으로 과거에는 모순으로 보였던 요소들이 더 이상 모순이 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경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1세기 기업들은 과거의 경험과 지혜, 성공 방식에만 억매이지 말고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다양한 목표들을 함께 충족하도록 도와주는 기술의 발전, 혁신의 강화, 고객 태도의 변화, 정부정책의 유연화도 필요하다.



◇ 전환기의 정부 정책과 규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스마트한 정부정책과 건강한 기업 생태계도 필요하다.

전환기의 정부정책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이 정부 규제 문제이다. 물론 환경 이나 공정 경쟁 등 정부의 규제가 점차 더 강화되어야 할 영역도 많고, 정부의 규제는 다 나름대로의 당위성과 근거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문제는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가 상황이 크게 변한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의 규제방식이 네거티브 규제방식이 아니라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법률과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방식’ 즉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 아니라,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방식’ 즉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규제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물론 정부도 규제 관련 문제를 잘 인지하고 있고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도 주로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택하고 있다. 규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므로 규제완화를 통해 당장 손실을 입게 될 주체들도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협력과 조정 메커니즘과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들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더 많은 시도와 노력을 해야 하지만, 정부도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주고 제약조건들을 풀어주도록 더욱 전향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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