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지구를 살리는 ‘그린 마케팅’
[박명호 경영칼럼] 지구를 살리는 ‘그린 마케팅’
  • 승인 2021.04.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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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Earth Day)’이다. 이날 저녁 8시부터 10분간 전국 소등행사가 있었다. 1970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 민간운동은 지구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1972년에는 113개국 대표가 ‘지구는 하나’라는 주제로 스웨덴 스톡홀름에 모여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하며 세계적 운동이 되었다. 이처럼 지구적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한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도무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미세먼지 상태를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산업체에서 배출하는 각종 유해 물질들,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와 매연으로 숨쉬기가 힘든 날이 많다. 강과 바다 그리고 땅에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쓰레기도 심각하다. 이 모든 오염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치명적인 폐해로 되돌아온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일본이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해 주변국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2050년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각국에서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의 인식도 크게 바뀌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탈 플라스틱’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구의 날’을 기점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을 팔지 않는 슈퍼마켓도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회용 PET 생수병에서 상표띠(라벨)를 제거한 뒤 분리하여 수거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수병 대신 정수기로 바꾸어 쓰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이란 단어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정착되었다. ‘그린’이 인류의 생존과 건강한 소비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 가치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관련 상품, 브랜드, 로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그 가운데서도 유한킴벌리, 이니스프리, 풀무원 등이 선두 주자다. CJ제일제당은 3R(Redesign, Recycle, Recover) 전략을 통해 햇반 용기를 개선했고, 롯데칠성음료는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무 라벨 생수’ 제품을 출시하였다. 한국맥도날드도 대표 아이스크림 메뉴인 ‘맥플러리’의 플라스틱 뚜껑을 종이로 교체했다. 이처럼 인간과 환경 그리고 기업의 상호공존을 근간으로 하는 ‘그린 마케팅’이 기업경영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새로운 경영트렌드가 된 ESG경영에서도 환경부문을 가장 중시한다.

하지만 ‘그린 마케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지적한 ‘5가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환경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뜻하는 ‘그린홀릭(Greenholic)’이다. 충분한 숙고도 없이 무턱대고 ‘그린 마케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둘째, 화려한 겉모습만 꾸미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금물이다. 셋째, ‘그린’을 통해 가격 프리미엄(Green Premium)을 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주의해야 한다. 넷째, 고객들이 환경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이나 희생을 당연히 감수할 것(Green Generosity)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또 ‘친환경’이나 ‘지구를 위한’등의 식상한 표현(Green Sickness)은 ‘그린 마케팅’의 차별성과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결국 실질적이고도 창의적인 친환경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된다.

이제 ‘그린 마케팅’은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그린제품의 시장규모도 지난 20년 동안 20배나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그린제품의 성적은 여전히 초라하다. 아직도 ‘그린’만을 파는데 머물러서 고객이 요구하는 기본적 가치를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 따라서 그린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제품가치를 창출하고, 소비자들을 ‘그린 마케팅’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심리적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명확하고 정직한 소통으로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소비방식의 혁신도 급선무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사명선언문이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란 엉뚱한 광고카피로 전 세계인이 그들의 환경 철학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직접 사용할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우리가 사랑하는 자연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분명한 의식이 있다. 환경보호를 위한 꾸준한 실천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큰 성공을 이룬 것이다.

미래 세대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주려는 정신이 바로‘그린 마케팅’의 참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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