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정비사업 열풍에 ‘공급물량 과다’ 우려
무분별한 정비사업 열풍에 ‘공급물량 과다’ 우려
  • 윤정
  • 승인 2021.04.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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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부동산시장 현주소-下) 재개발·재건축 붐
3월 현재 조합설립인가 80곳
2023년까지 6만4천가구 입주
도심 주거환경 개선은 긍정적
멸실 이어져 당장은 영향 없어
올해 공시가격 급등도 변수
지역업체 참여 확대안 필요
다시-신암재정비촉진지구
대구지역은 도심 재개발·재건축 등 공동주택 정비사업 열풍이 불고 있다. 3월 말 현재 정비구역 지정 148곳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80곳(준공인가 49곳 제외)에 달했다. 사진은 대구시 동구 신암재정비촉진지구 사업 현장. 전영호기자

대구지역은 도심 재개발·재건축 등 공동주택 정비사업 열풍이 불고 있다. 3월 말 현재 정비구역 지정 148곳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80곳(준공인가 49곳 제외)에 달했다. 또 44곳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사업승인)를 받았으며 현재 34곳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비사업은 도심의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양호한 주택공급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정비사업 열풍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공급물량 과다로 인한 지역 부동산시장에 대변혁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시공사 선정에서 외지업체가 독식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 정비사업 ‘열풍’…조합설립인가 80곳

대구지역은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 3~4년 전부터 대구 부동산시장은 폭발적인 아파트 청약률과 매매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맞물리면서 정비사업도 활성화되면서 추진 동력을 얻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정비구역 지정 148곳(소규모정비사업 제외)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80곳(준공인가 49곳 제외)이다. 동구가 15곳으로 가장 많고 서구 14곳, 남구 13곳, 수성구 12곳, 중구 10곳, 달서구 9곳, 북구 6곳, 달성군 1곳 순으로 나타났다.

또 사업승인에 해당하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은 44곳으로 파악됐고 공사는 현재 34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소규모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정비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2곳, 소규모재건축은 33곳 등 55곳에서 소규모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여기에다 ‘대구시 도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65곳에서 추가로 재개발·재건축이 예정돼 있고 추가 정비사업까지 신청을 받고 있어 향후 8년여간 대구에서만 무려 200여 곳 이상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인가까지 무려 10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분양 공급이 이뤄지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리지만 결국 분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대구에는 공동주택 3만여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부터 2023년까지 6만4천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으로, 정비사업 물량까지 합쳐지면 대구 부동산시장에 공급 과다라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도심 전체가 ‘아파트 공사장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도로 곳곳이 공사 차량으로 인해 몸살을 앓을 정도로 안전사고 우려가 크고 공사장 소음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지역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과도한 물량공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도심 전체가 공사 현장이 되는 것은 썩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정비사업, 당장은 아니지만 물량 과다에 영향 끼칠 것”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분양 공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성 때문에 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공급물량 과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하고 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이주 멸실이 이어지는 관리처분인가 처분을 받은 단계에서는 물량공급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사업시행 단계에서는 언제 사업이 끝날지 알 수 없어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라며 “재개발·재건축 진행 속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상임이사는 “재건축·재개발 단지 분양만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 인허가 물량과 재건발·재건축 물량이 합쳐지면 분양이 많아지면서 시장에 양극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공급 과다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조두석 애드메이저(부동산광고 전문업체)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시장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언제 분양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참 힘들다”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분양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당장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주택건설시장 지역 업체 참여 높여라

민간 주택건설시장과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외지업체가 독식하고 있어 지역 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 민간 주택건설시장의 경우 87%를 외지업체가 차지했다. 올해에도 25일 현재 민간건설공사 현장 149개소 중 외지 건설사 현장이 118개소로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시는 민간 주택건설공사의 지역 업체 참여 확대를 위해 행정·금융 지원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31일 ‘지역 업체 주택건설 참여 활성화 간담회’를 열어 지역 업체 참여 시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상한, 인센티브 조건부 허가제 시행 등 이미 확정했거나 검토 중인 지원 방안들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 업체 지원책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나타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올해 공시가 급등···재산세·종부세 부담 불가피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도 대구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시가격 인상 폭이 너무 과도하다는 항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집값이 오르는 만큼 각종 세금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제출 건수는 총 4만9천601건으로 집계된 가운데 대구지역 의견제출 건수는 1천15건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는 70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대폭 늘어난 수치다. 또 올해 15개 단지에서 다수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구지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 인상률은 13.13%, 이 가운데 지난해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수성구는 22.75%나 올랐다.

특히 수성구 ‘범4만3(범어4동 만촌3동)’을 중심으로 전용면적 84㎡(33평)에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이상 단지들이 속출했다.

수성구 범어동 ‘범어라온 프라이빗2차’는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9억8천100만원으로 지난해(6억1천300만원) 대비 무려 60%(3억6천800만원) 올랐다. 또 범어동 ‘빌리브범어’는 10억7천100만원으로 지난해 7억2천800만원에서 1년 새 47%(3억4천300만원)나 급등하며 올해 첫 종부세 과세대상이 됐다. 만촌동의 ‘삼정그린코아에듀파크’ 역시 지난해 6억7천700만원에서 올해 9억7천300만원으로 44%(2억9천600만원) 올랐다. 수성구 ‘범어롯데캐슬’도 지난해 5억9천400만원에서 올해 7억9천500만원으로 33.8%(2억100만원) 올랐다.

공시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보유세(재산세·종부세)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현재 1가구1주택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으로 3.7%인 52만3천983가구이다. 이중 대구는 9천106가구(전체의 0.06%)로 집계됐다.

대구시는 국토부에 제출된 이의신청 건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 결과 불합리한 공시가격 급등 사례가 있을 경우 국토부에 재조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5개 광역지방단체장은 지난 18일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상향 방침에 대한 견제에 나서며 공시가격 조정과 결정 권한의 지방자치단체 이양을 요구했다.

정부·여당은 1주택자 세부담 경감 차원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부동산정책 후퇴’라는 반론이 거센 상황이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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