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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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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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사람이 명품을 만들지만, 명품이 사람을 명품으로 만들어줄까?

사촌의 딸 결혼식 청첩장을 받고 코로나였지만 갔다. 남편의 사촌이였다. 가는 길이 대학모교 근방이였고, 쭉 뻗은 길을 쌩쌩 달려볼 수 있겠다는 예상과 달리 토요일 오전10시 도로는 복잡했다. 출근길 마냥 차들이 빽빽했고, 좌깜빡이, 우깜빡이를 넣는 차들이 많았다. 무사히 결혼식장에 도착했고, 결혼식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경쾌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특히 인상 적이었던 것은 신랑신부가 자신들의 어린 시절부터 사진과 함께 편지를 썼던 동영상이다. 부모님의 희생에 고맙다. 잘 키워줘서 고맙다. 잘 살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결혼과 결혼생활을 떠올리던 예전과 달리 올해에는 아들,딸의 결혼이 상상되었다. 아이들의 육촌이라 그런가보다. 아이들이 결혼할 때 과연 이런 말들을 부모에게 쓸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비춰졌을 부모로서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남편을 흘깃 보니 남편은 신랑신부를 보기 바쁘다.

비닐장갑을 끼고 각자 음식을 덜어 먹는 뷔페라 괜찮을 것 같아 식사를 했다. 남편은 사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 한 잔도 하고, 크게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런 남편을 보고 사촌들은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웃으며 홍희를 보았다. 남편이 뭔가 변하기는 했다. 짜증도 덜 내고, 조급함도 덜 내고, 남 눈치도 덜 보고, 재치있는 유머도 늘었다. 한 동안 남편과 멀리 떨어져 살다가 보는 것 마냥 조금은 낯설었다.

헤어지지 못하고 커피를 마시며 서 있는데 화장실이 급하여 핸드백을 남편에게 건넸다. 사촌들의 눈이 홍희 핸드백에게 향했다. 금색 체인 줄을 든 남편을 보고 다시 말을 잘 듣는다며 웃었다. 화장실을 갔다오니 헤어지자며 인사를 나누는데 사촌이 가방을 가지고 가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말하자, 비싼 가방인데 그러면 안 되지라며 껴안았다. 브랜드가 눈에 보였다.

맛있는 뷔페를 배부르게 먹고나니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삼겹살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갑자기 홍희에게 가방을 사주겠다고 가자고 했다. 예전부터 한 번씩 생일날 선물을 사주고 싶었는데 하고 말을 한 적은 있다. 딱히 비싼 가방을 욕심내지는 않았다. 사촌이 명품 가방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더 사주고 싶다며 백화점 가방매장으로 갔다. 해외명품 컬렉션이 있었고, 가방을 둘러보며 서로 눈을 쳐다보았다. 남편의 예상액을 초과했다. 몇 백은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작은 가방의 큰 액수에 놀랐다. 다른 백화점으로 가보니 더 비쌌다. 보석도 보고, 시계도 보았는데 금액은 몇 천을 했다.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예뻤고 갖고 싶기는 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와 반짝 빛나는 시계는 사람의 가치를 높여줄 것 같았다. 가방을 사주고싶은 남편 때문에 결국 가방을 샀다. 돈 액수와 상관없이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겠다고 다시 둘러보고 선택했는데 다행히 남편의 예상액을 초과하지 않았다. 비싼 명품을 부러워하고 원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물건을 보니 빛나고 탐나기는 했다. 지금도 눈에 어른 거린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보지 않으면 서서히 머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매일 일상으로 보이는 남편이 명품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명품같지는 않더라도 아이들과 아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모라고, 부부라고 무조건 좋아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명품을 사주겠다고 마음 먹은 남편은 변화했다. 그런 변화가 고맙다. 명품을 사주는 남편과 명품을 걸치고 있는 아내도 좋지만 홍희는 아이들이 결혼할 때 부모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존경하다는 편지를 쓸 수 있는 부모=부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편이 사 준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아침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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