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아파트 건설지에 유적지 안내판 세운다
중동 아파트 건설지에 유적지 안내판 세운다
  • 정은빈
  • 승인 2021.05.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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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역사 기록 보존 추진
12월까지 안내문구·사진 담아
학계 “통일신라 관아터 추정
2년전 치미 등 유물 다수 출토
중동~상동 일대 철저한 조사를”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아파트 사업지에서 발굴된 치미(왼쪽)와 귀면와. 수성구청 제공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아파트 사업지에서 발굴된 치미(왼쪽)와 귀면와. 수성구청 제공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건설지에 통일신라시대 대구를 다스린 수창군 관아터 추정지를 알리는 표지가 생긴다. 아파트 착공 후 이 일대가 수창군 관아터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뒤늦게 제기되자 수성구청은 안내판을 세워 기록을 보존하기로 했다. 

수성구청은 오는 12월까지 중동 한 아파트 단지에 수창군 관아터 추정지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내판 설치 지점은 아파트 105동 건물 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내 문구와 사진, 도면 등을 내용으로 담을 예정이다. 이 곳은 통일신라시대 수도인 경북 경주에서 발견된 기와들과 유사한 형태의 특수 기와들이 여러 점 발견된 장소다. 지난 2019년 2~4월 아파트 사업지(2만8천820㎡) 가운데 5천600㎡에 대해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치미와 귀면와, 연화문 수막새 등 유물 149점이 출토됐다.

특히 치미는 고대 목조건축에서 용마루 양 끝에 높게 부착하던 장식 기와로, 고구려 궁궐터 등에서 출토돼 궁궐 건물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쁜 기운을 누르고 건물의 풍모, 권위를 높이는 의미로 쓰였다. 귀면와도 궁궐이나 사원 등 건축물의 사래 끝이나 추녀마루를 장식하는 데 주로 사용된 도깨비 문양 기와로, 천재지변 등 재앙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다.

사업자는 발굴조사 완료 후 문화재청과 대구시의 허가 절차를 통과해 공사에 들어갔다. 해당 아파트는 588세대 규모로, 올해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당시 발굴조사를 맡은 연구원은 확인된 기와들이 해당 건물지 장식이 아니라 석축 등 건축부재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추정 건물지의 기초부, 초석 규모 등 바닥 상황을 보면 이 같은 치미를 올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근거에서다.

연구원은 “치미는 2점으로, 날개부편과 보주형장식판이 있는 동부편이다. 이 양식은 분황사 1차 중건 중문지에서 확인되는데, 분황사 치미보다 약 66%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건물지는 바닥에 적심과 같은 시설이 없지만, 분황사 1차 중건 중문지 등은 2m가 넘는 적심을 사용해 이 건물에 치미가 올라갔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대구·경북 학계에서는 치미, 귀면와가 발견된 만큼 관아터로 추정할 수 있고, 수창군 관아터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당대 경주에서 천도가 고려된 중요 유적지라는 주장도 나온다. 관아터가 아니더라도 유구, 기와류가 집중적으로 출토된 데 따라 중요 건물지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 중동~상동 일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중요한 유물이 나왔는데도 아파트 건설이 진행됐다는 전문가 지적에 따라 수성구청은 안내판이라도 세워 역사를 알리기로 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당시 외지 업체가 발굴조사를 맡아 간과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을 계기로 이후부터는 지역 업체에 조사를 의뢰하도록 사업자에 요청하고 있다”면서 “아파트 측과 협의해 완공 전까지 안내판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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