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경영자의 역할과 의무
[배종태 경영칼럼]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경영자의 역할과 의무
  • 승인 2021.05.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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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기업의 목표는 이익창출, 나아가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창출이라고 할 수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의 역할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며, 어려운 현실에서 잘 버티고 생존하면서 미래를 대비해서 성장의 불씨를 지펴 나가는 것이 그 의무다.

아울러 기업의 발전과정으로 보면, 후발자로 출발하여 선도자 ‘따라가기’ 단계, 경쟁자와 선두 경쟁을 벌이는 ‘따라잡기’ 단계, 그리고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더 치고 나가는 ‘앞서가기’ 단계가 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필요한 전략과 활동, 역량과 자원이 달라진다.

이어령 교수는 과거를 생각하는 것은 검색이고, 현재를 생각하는 것은 사색이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탐색이라고 했다. 기업도 ‘따라가기’를 할 때는 검색하고 모방하는 방식을 널리 사용하지만, ‘따라잡고 앞서가기’를 하려면 사색하고 탐색하면서 사업을 혁신하고 기회를 발견해야 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자영업자이든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최고경영자는 현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탐색하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 현재를 위한 경영자의 책임과 의무

경영자는 우선 기업의 생존을 위해 현재의 환경과 상황을 잘 이해하고 빠르게 대응을 해야 한다. 경영자에게 두 눈이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나는 기업이 현재 당면한 리스크를 보고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미래의 기회를 보라는(視) 것이다. 두 귀가 있는 것은 조직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도 잘 듣고, 조직 내부 직원들의 의견도 잘 들으라는(耳) 뜻일 것이다. 그리하여 고객과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고(娛)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경영자의 책임과 의무이다. 그래서 최고경영자를 CEO(視耳娛)라고 한다.

현재를 위한 경영자의 책임과 의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 행동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aware)하는 것이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 보고, 밖에서 또 안에서 들으면서 당면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를 안팎으로 이슈로 제기해야 한다. 문제해결 이전에 문제의 올바른 인식과 진단이 더 중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 경영자는 긴장감을 가지고 읽고 듣고 생각해야 한다.

둘째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시의적절한 ‘대응’(respond)이다. 특히 고객과 잠재경쟁자의 행태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객들의 구매행태가 다르게 변화하는 것이나 조직의 수익구조가 변하는 것은 대응을 촉구하는 신호다.

셋째는 사업영역이나 업무방식, 사업모델 등을 ‘재설계’(redesign)하는 것이다.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생존을 넘어 번성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느냐는 이 단계에 달려있다. 수익구조나 방식의 변화, 업무 프로세스나 처리방식의 변화, 조직 구조의 개편, 새로운 외부기술의 도입 등의 영역에서 재설계를 검토하고 실행할 수 있다.

넷째는 상시적으로 조직 내에 창의성과 생산성·효과성·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도와 활동이 장려되고 촉진되는 문화를 만드는 ‘혁신’(reform)이다. 유능한 직원들이 좌절하는 것은 단순히 급여가 경쟁사보다 작다든가 기업 성과가 나빠서가 아니다. 현재의 조직 문화와 역량으로는 더 이상 조직과 자신의 성장이 어렵겠다는 것, 미래의 꿈이 없어지는 것 때문에 좌절한다. 공감하고 혁신하는 기업 문화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핵심이다.



◇ 미래를 위한 경영자의 사명과 역할

미래를 위한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사명과 역할은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발견(discovery) 역량들이 필요하다.

첫째는 ‘연상’(associating) 역량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어디선가 다른 산업이나 영역에서 사용되고 활용되는 방식이 우리 사업에도 적용되고 응용될 수 있다.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은 돼지 도축 해체라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거꾸로 적용한 것이다. 영화제작 과정을 보고, 이를 게임업체에서 응용해서 적용할 수도 있다. 직접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것에서 영감을 얻고 연상하고 결합하는 이러한 역량 이야말로 미래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교류나 책 읽기는 이런 연상/연계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둘째는 ‘질문’(questioning) 역량이다. 우리는 이미 문제해결보다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고, 해답보다는 질문이 더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교육에서부터 질문을 적극 장려하고, 전통적 지혜나 개념에 의도적으로 도전하는 훈련을 하는 것,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 공감 훈련, 입장 바꿔 생각하기 등의 시도와 훈련이 질문/통찰 역량을 높이는데 보탬이 된다.

셋째는 ‘관찰’(observing) 역량이다. 미래를 살펴보는 것은 호기심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머리 속에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이다. 우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면밀한 관찰이 중요하고, 현재 업의 본질에 대한 기본 가정들을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실험해봐야 한다. 특히 고객 행태 분석, 린 스타트업 방식이나 사내벤처 등을 통한 빠른 고객 반응 확인 등의 관찰/실험이 필요하다.

끝으로 ‘소통’(networking) 역량이다. 특히 인적 네트워크의 형성이나 다양성 추구, 느슨한 연계 강화 등의 소통/연결 역량은 외부 자원과 능력을 잘 활용하는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기업의 미래를 대비하는 경영자의 두 눈과 두 귀는 늘 경계 상태에 있어야 하고 민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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